연일 美 때리는 두테르테… ‘미군 재주둔 백지화’ 으름장
출처: 동아일보, 입력 2016-10-04 03:00:00 수정 2016-10-04 03:00:00
방위협력 협정 폐기 가능성 거론… “美, 우리가 발밑에 있다고 생각” 19일 訪中… 시진핑과 정상회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사진)이 미국과의 방위협력확대협정(EDCA) 폐기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 협정이 폐기되면 24년 만에 필리핀에 재주둔하려던 미국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아울러 일본-필리핀-호주로 이어지는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라인에도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3일 마닐라타임스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바콜로드 시에서 열린 한 축제에 참석해 “미국인들에게 다시 한 번 말하자면 EDCA는 공식 문서지만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의 서명이 없었다”며 “내가 필리핀에서 떠나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DCA는 아키노 정부 시절인 2014년 4월 볼테르 가즈민 국방장관과 필립 골드버그 주필리핀 미국대사 서명으로 체결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어 “미국은 이곳에서 50년을 있어 식민지증후군을 갖고 있다. 아직도 우리가 자기들 밑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우리 돈 가져가려면 다 가져가라. 우리는 굶어죽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미국과 사이가 틀어지고 있지만 두 다른 경제 대국인 러시아와 중국과는 좋은 관계다”라며 중국과 러시아에 가까워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담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 나눈 대화도 소개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먼저 ‘미국이 나를 모욕한다’며 도움을 청하자 메드베데프 총리는 “그게 진짜 미국인들이다. 우리가 당신을 돕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 이달 19∼21일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베이징(北京)으로 날아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최근 들어 대중·대러 외교에 집중하고 있다.
미군은 필리핀이 1946년 미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뒤에도 수비크 만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에 계속 주둔했다. 하지만 반미 감정과 식민지 시대 청산 분위기에 따라 1992년 11월 미 USS 벨로우드함이 수비크 만 해군기지를 떠나면서 필리핀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