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평양 주민에 매달 식량 1㎏씩 거둬"
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6.03.29 03:00 | 수정 : 2016.03.29 10:04
- '제2차 고난의 행군' 언급 노동신문 "또 풀뿌리 씹을수도"… 대북제재 압박감 크게 느끼는듯 北 올해 식량 부족량 44만t… 지난달 현재 2만t도 확보못해 김정은 충성경쟁 통해 결속다져… 5월 黨대회 성공 노리기 분석도
북한이 '제2차 고난의 행군' 가능성을 언급하며 내부 결속에 나섰다. 한편으론 전국적으로 '식량 절약 운동'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보다 강력해진 국제사회의 대북(對北) 제재와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북한 측이 그만큼 실질적·심리적 압박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조선의 최강의 힘'이라는 제목의 정론(사설에 해당)에서 "혁명의 길은 멀고 험하다. 풀뿌리를 씹어야 하는 고난의 행군을 또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고난의 행군'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경제 사정이 극히 어려워진 북한 정권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며 내놓은 구호다. 이 시기 북한에서는 수백만 명의 주민이 굶어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신문이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에서 '고난의 행군'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실제로 최근 평양에서는 주민들에게 매달 1㎏씩 식량을 거두는 등 고난의 행군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대북 소식통이 전했다. 이 소식통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향후 3년간 식량 부족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전국적으로 식량 절약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며 "농민들에게는 군대 지원용으로 식량을 추가로 더 내놓으라고 하면서 주민들 사이에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올해 외부 지원이나 수입으로 충당해야 할 식량 부족량이 44만t이지만, 2월 초 확보한 분량은 1만7600t에 불과하다. FAO는 "북한의 올해 식량 상황이 지난 몇 년에 비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북한 당국은 '고난의 행군' 언급을 통해 실질적인 식량 부족 사태에 대비하는 한편, 김정은 정권에 대한 충성을 독려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극단적인 위기감을 불어넣어 내부 결속력을 다지고, 이를 기반으로 5월 노동당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얘기다. 한 외교 소식통은 "앞으로 제재 압력이 가중될 것에 대비해 주민들에게 각오를 다질 것을 미리 촉구하면서, 이를 김정은 중심 권력 집중을 위한 기회로 활용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원수들과 싸울 때는 시퍼런 작두날 밑에 놓이는 그런 순간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목숨은 버려도 경애하는 원수님(김정은) 따르는 일편단심의 충정만은 끝까지 간직해야 한다"고 했다.
김정은이 이날 경제 부문 현지 시찰을 하면서 금고지기 역할을 하는 전일춘 노동당 39호실장을 8개월 만에 대동한 것도 이 같은 결속력 다지기 차원으로 풀이된다. 정부 소식통은 "국제사회가 39호실의 자금줄을 차단하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외화벌이에 노력을 기울이라는 메시지"라고 했다.
임민혁 기자. 김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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