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냄새 맡은 헤지펀드, 홍콩 집결
[중앙일보]입력 2016.02.02 00:01 수정 2016.02.02 09:00 | 경제 1면 지면보기
중국·투기 세력 ‘쩐의 전쟁’ 카일 배스 등 월가 큰손들 위안화 가치 하락에 풀 베팅 중 정부 달러 쏟아부어 방어 어제 외환시장서 종일 공방전
홍콩 외환시장에선 오후 3시가 되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약세가 지속되면 이맘때쯤 달러 폭탄을 터뜨린다. 위안화 값 하락에 베팅한 투기세력에 한 방 먹이기 위해서다. 홍콩은 중국 본토 밖에서 위안화가 가장 많이 거래되는 곳이다.
그런데 1일 홍콩 외환시장은 장 초반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오전부터 달러 폭탄이 투하됐다. 하루 종일 포성이 멈추지 않았다. 오전 6시40분 달러당 6.5933위안에 머물던 위안화 값은 오전 9시50분 6.6091위안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46분 만에 상황은 반전됐다. 인민은행이 나서자 위안화 값은 6.5961위안까지 올랐다가 오후 5시 달러당 6.608위안으로 다시 내려갔다. 전투는 치열했지만 전세는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그만큼 인민은행과 맞서는 상대가 강력하다는 뜻이다.
누가 세계 2위 강대국의 중앙은행과 한판 대결을 벌이는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의미심장한 보도를 했다. “월가와 세계 2위 경제대국의 결전이 벌어지고 있다.” 표현은 점잖게 월가(Wall Street)라고 했지만 정체는 헤지펀드다.
중국은 지난달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를 동원해 헤지펀드의 제왕인 조지 소로스를 실명으로 거론하며 “위안화와 홍콩달러에 대한 투기 공격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일전을 선포했다.
하지만 ‘돈’ 냄새를 귀신같이 맡는 헤지펀드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피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처럼 헤지펀드 무리가 위안화와 홍콩달러를 사냥하기 위해 달려들고 있다. 월가의 큰손 중 하나인 카일 배스가 이끄는 헤이먼캐피털매니지먼트는 이미 풀 베팅에 나섰다.
헤이먼캐피털은 주식과 채권·원자재 등을 모두 팔아 치우고 조달한 자금의 85%가량을 위안화와 홍콩달러의 가치 하락에 베팅했다. 중국판 ‘빅쇼트’다.
배스는 “앞으로 3년 안에 위안화 가치가 40% 정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판단의 근거는 가파르게 늘어나는 중국 시중은행의 부실 여신이다. 인민은행이 이들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에 나서게 되면 위안화 약세를 피할 수 없다는 예상이다.
이미 짭짤한 수익을 올린 곳도 있다. 소로스의 친구들이다.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이끌었던 자크 슈라이버의 헤지펀드인 포인티드스테이트캐피털은 위안화 약세에 베팅해 지난해 15%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데이비드 아인혼이 이끄는 그린라이트캐피털도 위안화 하락에 베팅했다.
중국 정부와 헤지펀드는 연일 장군과 멍군을 주고받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중국 경제 성장 둔화가 본격화되면서 위안화와 홍콩달러 약세에 베팅하는 투기세력의 공세는 강해질 전망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일 발표한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4로 6개월 연속 기준치(50)를 밑돌았다.
나티시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알리샤 가르시아 헤레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환율 방어에 공격적으로 나서면 상황이 겉보기보다 더 나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중국 정부가 자본 통제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LJ매크로파트너스의 스테판 젠은 “자국에서 자본 통제를 한 중국이 외국인에게도 강경하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헤지펀드=비공개로 소수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주식·채권·외환·파생상품 등 위험자산에 투자해 전체 위험 수준을 낮추는 펀드. 헤지(hedge)는 양을 지키기 위해 친 울타리란 의미였다. 1946년 미국 저널리스트 겸 펀드매니저였던 앨프리드 존스가 처음 헤지펀드를 개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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