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大戰을 준비할 때

상 상 2016. 1. 28. 17:34

출처: 매일경제, 기사입력 2016.01.27 17:16:55 | 최종수정 2016.01.27 20:23:44

 

중국이 미국의 헤지펀드 대부인 조지 소로스 회장에게 전쟁을 선포했다. 최근 홍콩증시와 외환시장을 공격했던 글로벌 투기자본의 배후에 소로스 회장이 있다고 믿는 듯하다. 이런 중국의 태도에는 서방 지역 핫머니들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핫머니들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이들은 1992년 유럽환율조정기구(ERM) 내 영국 파운드화와 이탈리아 리라화를 공격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영국과 이탈리아, 다른 유럽 국가들까지 나서 파운드화와 리라화 가치를 방어하려 했지만 결국 외환보유액만 낭비한 채 무릎을 꿇었다.

 

앞으로 중국과 핫머니들 간 전쟁이 어떤 양상을 띨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매우 커졌다는 사실이다.

 

중국 성장률이 7% 밑으로 떨어지고, 4조달러에 육박하던 외환보유액은 33000억달러 선으로 줄었다. 주가는 패닉 수준으로 빠졌고, 위안화값 통제도 중국 당국 맘대로 안 된다.

 

이런 상황은 내수, 서비스업 중심으로 전환시킨다는 시진핑 주석의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전략이 관철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높인다. 실제로 지금 중국 상황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자금 이탈, 유가 급락에 따른 역오일 쇼크와 융합해 글로벌 경제에 `퍼펙트스톰`을 만들어 낼 기세다.

 

최근 열린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는 중국 경제 비관론이 1년 전보다 훨씬 늘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중국이 괜찮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눈앞의 위험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마틴 울프는 "중국 부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더 빨라 200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57%에 머물던 국가부채비율이 현재 290%까지 올라갔다""중국이 환율과 증권시장을 잘못 관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의견이 나와 걱정을 더해 준다. 이른바 `차이나 배싱(China Bashing-중국 때리기)`이다. 겁 없이 날뛰던 중국에 대한 공격이 가해지기 시작했다는 의견이다. 위안화에 대한 공격, 홍콩증시의 급락 등 일련의 사건들은 이런 과정의 하나라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중국은 미국에 대해 사사건건 `(no)`라고 말하고, 남사군도에 인공섬을 조성해 미군의 길을 막았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만들어 미국 중심의 국제통화기금(IMF), 월드뱅크, 아시아개발은행(ADB) 체제에 맞서며 세력을 과시했다.

 

북한 김정은의 핵실험에 대한 공동 대응 요구도 묵살하고 있다. 오히려 각을 세우고 있다. 패권국 미국으로선 중국을 이대로 놔둬선 안 된다는 판단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의견에 동조하는 세력은 지난해 10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 당시 발표한 성명에 주목한다.

 

"중국이 글로벌 경제규칙을 좌우하게 할 수 없다."

 

미국은 일본이 미국 GDP50%가 됐을 때 플라자합의를 통해 기세를 꺾었듯이 미국 GDP60%에 다다른 중국에 대해서도 강한 견제를 가하기 시작했다는 의견이다. 물론 미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핫머니들을 동원해 공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흔들리는 중국 상황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서방계 투기성 자본들에 견제 분위기는 좋은 기회다.

 

중국이 흔들리면 대중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25%)는 큰 충격에 빠질 수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IMF 환란 때는 세계 경제가 좋았고 우리가 바닥이어서 탈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최강국 미국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이번에 중국에 위기가 온다면 감이 안 잡힌다"고 걱정한다.

 

유일호 경제팀은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중국의 최악 상황을 비롯해 경착륙, 범피랜딩(울퉁불퉁한 착륙), 연착륙 등 모든 위기 유형에 대해 시나리오를 짜고 이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백화점식으로 이것저것 다한다 생각하지 말고 내부 구조조정과 개혁, 그리고 좋은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산업은행장에는 썩어 있는 산업과 기업의 환부를 정밀하게 도려낼 수 있는 `구조조정 칼잡이`를 임명해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어정쩡한 포지션보다 결단의 리더십을 보여줄 때가 됐다. 일본이 찔끔찔끔 금리를 인하하다 `잃어버린 20`을 맞은 후에야 양적 완화를 단행했던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특히 미국의 긴축기조 속에도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서는 상황을 잘 파악하고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준비해야 한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준 의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교수형당할 각오로 위기를 돌파했듯이 우리 경제팀 또한 결연한 각오로 `대전(The Great War)`을 준비할 때다.

 

[서양원 국차장 겸 레이더총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