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인상, 안전벨트 단단히 맬 시간
출처: 매일경제, 기사입력 2015.12.22 17:14:14 | 최종수정 2015.12.22 17:17:52
이번에는 예상대로였다. 12월 15~16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는 0%에서 0.25% 사이로 7년 동안 유지되었던 정책이자율 목표 범위를 0.25%에서 0.50% 사이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국 시간으로는 목요일 오전에 뉴스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언론사 기자들이 `비정상적(abnormal)`이었다고 하는 2008년 12월부터 올해 12월까지 사실상 영(零) 이자율에 대하여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획기적(extraordinary)`인 정책이라고 지칭한 대목이었다. 지난 7년간을 어떻게 부르든 간에 미국은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기 시작했고 이제 세계는 싫든 좋든 이러한 미국의 정상화 과정에 적응해야 한다. 소규모 개방경제이며 달러화로 차입한 자금의 영향이 큰 우리나라로서는 더욱이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FOMC 회의가 열리던 같은 시간 한국 통화정책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16일 한국은행은 2016~2018년 중기 물가안정목표로 2.0%를 제시했다. 이 수치는 이전 2013~2015년 목표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거시경제학을 전공하는 필자에게 물가목표만큼이나 관심이 갔던 점은 한국은행이 잠재성장률을 3.0~3.2%로 추산한다고 밝힌 발표였다. 같은 날 기획재정부도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내년 (실질)성장률 전망치를 3.1%로 제시했다. 이전 연도와는 다르게 이번 경제정책 방향에서는 실질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한 것 외에도 실질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개념인 경상성장률 전망치를 함께 제시했다.
한국은행과 기재부 발표 이후 많은 언론에서는 물가상승률에 관한 여러 가지 개념 차이에 대해 기사를 게재했으며, 실질성장률과 경상성장률 차이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 이러한 논의는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유익하며, 정책공학적인 측면에서도 다수의 정책 당국 간 견제와 균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일주일 앞으로 시간을 돌려보자. 12월 10일에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 정책이자율을 동결한 다음날인 11일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공동 주최한 콘퍼런스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콘퍼런스 주제는 `아시아에서의 차입 투자(Leverage in Asia)`인데 1990년대 후반에 외환위기를 심하게 겪었던 아시아 여러 나라로서는 `차입 투자`가 갖는 양면적인 의미를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는 계기였다. 경제에서 `투자`를 하면 미래 성장동력이 증가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차입`한 자금에 대한 책임이 개인이나 국가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콘퍼런스 개막연설에서 한국은행 총재께서 관리 가능한(manageable) 부채와 통제 불가능한(excessive) 부채에 관하여 언급하고, 종합토론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신흥국을 담당하는 팀장이 좋은(good) 차입 투자와 나쁜(bad) 차입 투자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 것은 모두 이러한 양면성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통화정책의 막중한 역할에 대한 태국 중앙은행 경제연구소장의 토론은 길게 여운을 남겼다.
6월에 이 칼럼에서 필자는 연준 관계자가 미국 이자율 인상에 대하여 "이제 곧 출발하여야 할 시간이니 안전벨트를 잘 매고 여행을 즐기시오"라고 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매파적 관점이었던 이 관계자가 바라던 대로 일찍 금리 인상이 이루어지지는 않고 12월에 와서야 금리 인상이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막 `출발`한 미국 통화정책의 정상화라는 기차는 앞으로 꾸준히 달려갈 것이다.
가계 부채와 기업 부채라는 사적인 차입과 외국 자본 움직임에 따른 국가 차원 차입의 문제는 이번 기차여행에서 우리가 아무리 조심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부분들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안전벨트를 잘 매야겠다. 7년여 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당시에 우리나라는 다른 신흥국들보다 영향을 덜 받았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앞에서 언급했던 정책 당국 간 견제와 균형이 `좋은` 경쟁이 될 때 우리 안전벨트는 더 단단히 조여질 것이며 이번 기차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 것이다.
[김진일 객원논설위원·고려대 교수·미 FRB 자문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