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20년간 못 좁힌 ‘바다 200해리’… 한·중 첫 단추 잘 꿸까

상 상 2015. 12. 21. 17:37

[중앙일보]입력 2015.12.21 02:20 수정 2015.12.21 09:50 | 종합 8면 지면보기

 

해역 폭 최대 400해리, EEZ 중첩

한국 등거리에중국 더 동쪽에

확립된 국제 판례 없어 협상 난항

이어도 관할권 문제도 큰 쟁점

 

한국과 중국이 22일 서울에서 첫 해양경계획정 협상을 벌인다. ·중이 서해상에 경계를 획정하는 문제는 양국이 유엔해양법협약에 가입한 1996년 이후 20년간 이견을 못 좁힌 현안이다. 2000년 타결된 한·중 어업협정 때 한국 측 수역에 두지 못했던 이어도 관할권 문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미완의 협상을 담판 짓기 위해 한국에선 조태열 외교부 2차관, 중국에선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수석대표로 나선다.

 

 양국 해양경계획정이 어려운 이유는 한·중 사이 해역 폭이 너무 좁아서다. 유엔해양법협약상 연안국은 연안으로부터 최대 200해리(370)까지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한·중 사이 해역은 가장 좁은 곳은 184해리(340), 가장 넓은 곳도 400해리(740)가 채 되지 않는다. 양국이 설정할 수 있는 EEZ가 상당 부분 중첩되는 상황이다.

 

 그러자 양국은 먼저 어업협정을 통해 경제적 이해관계를 조정했다. 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중한 것을 계기로 20008월 협상이 타결됐다. 하지만 양국은 이때 EEZ 경계를 확정하지 못했고, 한국은 이어도 일대를 관할 수역에 포함시키지 못했다. 당시 중국이 이어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빌미를 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협상 실무 책임자였던 박덕배 전 농림수산식품부 차관은 회고록에서 양국이 공동관리하는 잠정조치 수역 남방한계선 바로 아래에 있는 이어도는 조금만 노력했으면 우리 수역에 포함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며 비판받아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이어도 문제 풀 전략적 기회”=이번엔 15년 전인 2000년 어업 협상 당시보다 한·중 관계가 우호적이라는 긍정적 요인이 있지만, 여전히 입장은 평행선이다. 우선 한국은 각 해역의 등거리에 중간선을 긋자는 입장이고, 중국은 이른바 형평성을 고려해 그보다는 한국 쪽인 동쪽으로 그어야 한다고 한다. 대륙붕, 해안선 길이, 인구수, 역사적 배경 등 관련 사항을 고려하는 게 공평하다는 주장이다.

 

 이어도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어도는 해수면 4.6m 아래에 있는 암초로, 국제법상 영토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이어도 관할권 유지를 양국은 그 못지않은 중요한 문제로 인식한다. 아주대 김흥규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이어도는 중요한 전략적 공간이라며 중국도 일본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을 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한테만 해양 경계 원칙을 양보해줄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소장은 양국 관계가 어느 때보다 좋다는 지금이 회피하고 싶은 문제를 풀 전략적 기회라며 이어도를 비군사화 지역으로 합의하는 등 절충안으로 타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획정 땐 바다 양분 조업구역 문제도=해양경계획정으로 인해 생기는 조업 구역 문제도 있다. 인하대 김현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국 불법 조업 어선은 약 2만 척으로 추산된다바다에 선을 그으면 하루아침에 그들의 조업 구역이 사라지게 되니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제법상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연안국가 사이의 EEZ 획정은 형평한 해결(equitable solution)’에 이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을 뿐 확립된 정설이나 판례는 없다. 외교가 소식통은 중간선을 기준으로 하되 여러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는 것이 그간의 국제법 동향이라고 전했다.

 

 그래서 첫 만남은 이견만 확인하고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당국자들은 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해양 경계를) 500m라도 더 갖기 위해서라도 싸워야 하는 게 외교인데, 중첩되는 구간이 이렇게 넓지 않으냐우린 서쪽으로 밀고, 중국은 동쪽으로 밀면서 선 하나를 골라내는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윤석준 선임연구위원은 남중국해·동중국해와 달리 중국이 영유권 문제로 갈등하지 않는 지역이 서해이고 한국이라며 정상들이 정치적 의지를 보인 만큼 어느 정도 진행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유지혜·안효성 기자 wisepen@joongang.co.kr .

 

[출처: 중앙일보] 20년간 못 좁힌 바다 200해리·중 첫 단추 잘 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