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논리 벗어난 上古史 서술, 세계 웃음거리 될 뿐
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5.11.23 03:00
-동북아역사왜곡특위 첫 현장회의 의원들 "식민사관 바로잡아라" 재단 측 "소수설" 등 일부 반론 "외국 학자 설득해야" 면박 주기도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임광빌딩 11층 동북아역사재단 대회의실에서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 현장회의가 열렸다.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에 국회 차원에서 대처하기 위해 2013년 7월 만들어진 동북아역사특위가 일각에서 "식민사관을 옹호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동북아역사재단의 활동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동북아특위의 첫 현장회의로 주목을 끈 이날 회의는 시작부터 맥이 빠졌다. 이주영 위원장을 비롯한 특위 위원 18명 가운데 6명만 참석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2명은 재단의 업무 보고가 시작되기 전에 자리를 떴다.
넓은 회의장에 불과 4명의 의원이 자리를 지켰지만 회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의원들은 동북아역사재단이 우리 상고사의 왜곡을 바로잡는 데 소극적이라며 거세게 질타했다. 유승우 의원은 "과연 어느 나라 재단인지, 이런 재단이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임내현 의원은 "재단이 식민사관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일 의원은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CRS(의회조사국) 보고서에 재단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한결같이 동북아역사재단이 강단사학과 재야사학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것을 주문했다. 잘못된 사관에 의한 상고사 서술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강단사학이 식민사학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재야사학을 비중 있게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주영 위원장은 "학자들의 의견 수렴을 기다리지 말고 국책 연구기관의 취지에 맞게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의원들의 요구에 곤혹스러운 모습이었다. 김호섭 이사장은 "통설(通說)에 따르면서 소수설(說)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고민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학자들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가 의원들로부터 "통설·소수설이라고 말하지 말라. 갑설(甲說)·을설(乙說)이 있을 뿐" "우리 학자들이 백지 상태에서 연구해서 외국 학자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면박을 당했다.
이날 회의는 상고사 논의가 얼마나 어려운지 또 한 번 보여줬다. 의원들의 애국심과 진정성은 의심하지 않지만 주류 학계와 비주류 학계를 똑같이 대접할 수는 없다. 양적·질적으로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주장이 학문적 기준과 논리를 벗어나면 상대를 설득할 수도 없고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답변하는 이사장 뒤에 배석한 동북아역사재단 전문가들은 학문과 정치 사이에 끼어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 이선민 선임기자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