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 빠진 TPP, 개방 수준 높아… 韓美FTA 실익 줄어들 위기

상 상 2015. 11. 6. 17:18

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5.11.06 03:47

 

[첫 공개된 TPP 협정문한국 가입 손익계산 해보니]

 

7관세 완전철폐, 가입시 산업 전반에 유리

, 농산물 장벽 크게 낮춰 한국도 개방 부담 커질 듯일본수입 증가도 우려

가입 안하면 과 경쟁 안돼부품 등 중간재 관세도 불리

 

지난달 5일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정문이 한 달 만인 5일 뉴질랜드 정부에 의해 공개됐다. TPP는 다자 간 협정임에도 일반적인 양국 간 FTA에 비해 시장 개방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선 TPP 가입 시기가 늦어질수록 대일(對日) 수출 경쟁력에서 밀려 국익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TPP는 미국·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한 사상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향후 국제 통상 질서를 주도할 세계 최대 경제 블록이다. 한국은 TPP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방문 당시 TPP 가입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사실상 가입 의사를 밝힌 상태이다.

 

미국 등 7개국 30년 내 관세 철폐

 

TPP의 시장 개방 수준은 예상보다 높았다. 회원국들은 30년에 걸쳐 전체 교역 품목의 95~100%에 대한 관세를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 국가별로는 미국·말레이시아·베트남 등 7개국이 모든 교역 품목에 대한 관세를 30년 내에 모두 철폐한다. 호주와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은 30년에 걸쳐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100% 없애는 데 합의했다.

 

농산물 시장 개방 수준도 높은 편이다. 농산물 개방을 꺼려온 일본이 쌀, 유제품, 사탕수수, 쇠고기, 돼지고기 등 5'민감 분야'에 대한 관세·비관세 장벽을 상당 부분 제거하기로 했을 정도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TPP의 시장 개방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한국 경제가 TPP 체제에서 계속 소외된다면 한·FTA 등으로 쌓은 그동안의 경제적 실익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입 않으면 한·FTA 효과 크게 줄어

 

우리나라는 TPP 회원국 중 일본·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과 양자 FTA를 맺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TPP 창설 회원국이 되면서 우리가 미국 시장 등에서 누려온 FTA 선점 효과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은 이번 TPP 협상에서 승용차·기계·전기·전자 분야 등에 걸쳐 상당수 품목에 대한 대일(對日)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승용차는 최장 25년으로 개방 시점이 늦지만, 기계·전기·전자 분야는 TPP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돼 일본과 경쟁하는 우리나라 기업에 피해가 예상된다.

 

·부자재 수출도 불리해진다. TPP는 가입국 원·부자재를 자국산으로 인정해 특혜 관세를 부여하는 이른바 '누적 원산지 규정'이 있다. 우리나라가 TPP에 가입하지 않으면 이런 관세 혜택을 볼 수 없어 가격 경쟁력 면에서 일본에 밀리게 된다. 섬유·의류산업은 국내 제조업 '공동화(空洞化)' 우려도 나온다. 누적 원산지 규정에 따라 베트남 등 TPP 가입국으로 공장을 옮겨야 미국·일본 등지로 수출할 때 관세 인하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쌀 시장 개방이 가장 큰 난관

 

우리나라가 TPP에 가입하려고 하면 가장 큰 난관은 쌀 등 농산물 시장 개방이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창설 회원국인 일본마저 개방한 상황에서 뒤늦게 가입 신청을 하는 우리가 국내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지 않겠다고 버티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에도 타격이 우려된다. TPP는 제약 산업 최강국인 미국의 주장에 따라 바이오 신약 특허 보호 기간을 8년으로 규정했다. 5년으로 규정한 한·FTA보다 더 길다. TPP 가입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8년을 요구해 관철하면 국내 시장에서 복제약 출시가 늦어져 약값이 올라갈 수 있다.

 

박천일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TPP 가입은 수출을 위주로 하는 우리 산업 전반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지만 자동차산업은 일본차 수입 확대에 따른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본차에 대한 수입 관세(8%)가 철폐되기 때문이다.

 

TPP(Trans-Pacific Partnershi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미국·일본 주도로 멕시코·호주·싱가포르·베트남 등 태평양 연안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多者)간 자유무역협정. 1차 회원국 12개국의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세계경제의 40%에 육박해 유럽연합(EU)보다 더 크다. 30개 장()에 이르는 협정문은 농산물·제조업 등 상품 분야 관세 장벽 철폐와 지식재산권·노동·환경·서비스·투자 등 광범위한 분야의 국제통상 규범을 담고 있다.

 

이인열 기자, 최현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