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군사

KF-X사업에 18조 붓는데 기술이전 안돼…`돈먹는 하마` 되나

상 상 2015. 7. 23. 17:02

출처: 매일경제, 기사입력 2015.07.22 20:02:53| 최종수정2015.07.23 09:20:41

 

정부 "레이더기술 외국 이전 전례 없어" 반대

유럽기술은 성능 의구심·프로그램 호환 문제

담당 조직도 위상 낮아 컨트롤타워 역할 못해

  

사라진 혈세 길 잃은 예산 / 2. 제도화된 낭비 표류하는 전투기 사업

 

개발비와 양산비를 합쳐 약 18조원이 투입되는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일명 보라매 사업)이 불안한 출발을 보이며 논란이 일고 있다. KF-X 사업은 국산 중급 전투기를 개발해 선진국을 따라잡고 항공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사업이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에 기반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사업이 일단 시작되면 중간에 멈추거나 진행 방향을 바꾸기 힘들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끌려갈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러한 염려는 KF-X 사업이 핵심기술 개발에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과 함께 수출 가능성 우려, 사업조직 위상 문제 등에서 비롯되고 있다.

 

 

KF-X 사업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스텝이 꼬인 것이다. KF-X 사업 추진 주체인 방위사업청은 최신식 레이더 등 핵심기술을 미국에서 습득한다는 것을 전제로 사업을 추진했다. 레이더는 '전투기의 눈'과 다름없는 주요 부분이다. 기술을 전수받기 위한 계획은 앞서 추진된 차기 전투기(F-X) 사업부터 동반 추진됐다. 우리나라는 국외에서 최고 사양 전투기를 도입하는 사업을 KF-X 개발과 연계했다.

 

결국 미국 록히드마틴 F-35A를 사오기로 결정하면서 절충 교역으로 핵심기술을 이전받기로 약속했다. 최신식 레이더인 AESA(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 레이더 제작 노하우를 미국 록히드마틴으로부터 이전받겠다는 것인데,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록히드마틴이 이전해주겠다고 해도 미국 정부가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 대답은 "AESA 레이더를 외국에 판매한 적도 없고 레이더 기술을 이전한 적이 없다""이와 관련된 정책이 결정된 게 없다"였다. 우리 군 관계자는 "우리가 처음에 상정했던 이상이 현실의 벽과 부딪히고 있다"고 토로했다. 방위사업청은 절충 교역으로 주겠다고 약속한 록히드마틴에 책임을 이행하지 않은 대가로 보증금 약 4000억원을 압류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에서 AESA 레이더 기술을 전수받지 못할 것에 대비한 방안으로는 유럽으로 이전 대상을 변경하는 것과 완전히 국내에서 자체 개발하는 두 가지가 있다. 유럽 이전 대상에는 영국 업체 셀렉스와 스웨덴 회사 사브가 거론된다. 군 관계자는 "영국과 스웨덴에도 AESA 레이더 제작 기술을 가지고 있는 업체가 있다""이들과 협력해서 레이더 기술을 습득하는 방안에 대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업체와는 그동안 T-50 개발 과정에서 함께 일해 성공한 사례가 있지만 유럽 업체와는 경험이 부족하고 기술적·제도적 측면에서 검증할 게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회 국방위원회 관계자는 "미국 레이더만큼 성능이 나올지 검증이 되지 않았다""전투기에 실제로 사용하려면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연동되도록 하는 작업도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게 든다"고 지적했다. 완전히 국내 기술로만 AESA 레이더를 개발하는 것은 전인미답의 긴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12월부터 201912월까지 60개월간 390억원을 투입해 AESA 레이더 핵심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특히 KF-X 블록1에 적용될 AESA 레이더 핵심 구성품인 안테나는 2017년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에서 KF-X 사업을 담당한 조직 이름은 '한국형항공기개발사업부'. 전투기 개발 외에 민군 겸용 헬리콥터(LCH·LAH) 개발 사업까지 맡고 있다. 당초 방위사업청은 KF-X 사업만을 관리할 조직으로 총리실 산하에 '보라매사업단'을 구성한다는 방침이었으나 현실은 전투기와 헬리콥터를 합쳐 항공기개발사업부로 결정됐다. 핵심기술 개발에 추가 예산과 기간 연장이라는 '예고된 재앙'이 덮친다면 방위사업청 소속 한 부서가 과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개최된 '국가안보와 항공우주력 건설' 세미나에서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라매사업은 사실 '기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는 사업단 위상을 격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안두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