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본기

동국이상국집 동명왕편

상 상 2015. 6. 5. 13:38

동국이상국전집 제3

 

고율시(古律詩)

동명왕편(東明王篇) 병서(幷序)

 

세상에서 동명왕(東明王)의 신통하고 이상한 일을 많이 말한다. 비록 어리석은 남녀들까지도 흔히 그 일을 말한다. 내가 일찍이 그 얘기를 듣고 웃으며 말하기를, 선사(先師) 중니(仲尼)께서는 괴력난신(怪力亂神)을 말씀하지 않았다. 동명왕의 일은 실로 황당하고 기괴하여 우리들이 얘기할 것이 못된다.”하였다. 뒤에 위서(魏書)통전(通典)을 읽어 보니 역시 그 일을 실었으나 간략하고 자세하지 못하였으니, 국내의 것은 자세히 하고 외국의 것은 소략히 하려는 뜻인지도 모른다. 지난 계축년(1193, 명종 23) 4월에 구삼국사(舊三國史)를 얻어 동명왕본기(東明王本紀)를 보니 그 신이(神異)한 사적이 세상에서 얘기하는 것보다 더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믿지 못하고 귀()나 환()으로만 생각하였는데, 세 번 반복하여 읽어서 점점 그 근원에 들어가니, ()이 아니고 성()이며, ()가 아니고 신()이었다. 하물며 국사(國史)는 사실 그대로 쓴 글이니 어찌 허탄한 것을 전하였으랴. 김부식(金公富軾) 공이 국사를 중찬(重撰)할 때에 자못 그 일을 생략하였으니, 공은 국사는 세상을 바로잡는 글이니 크게 이상한 일은 후세에 보일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생략한 것이 아닌가?

당현종본기(唐玄宗本紀)와 양귀비전(楊貴妃傳)에는 방사(方士)가 하늘에 오르고 땅에 들어갔다는 일이 없는데, 오직 시인(詩人) 백낙천(白樂天)이 그 일이 인멸될 것을 두려워하여 노래를 지어 기록하였다. 저것은 실로 황당하고 음란하고 기괴하고 허탄한 일인데도 오히려 읊어서 후세에 보였거든, 더구나 동명왕의 일은 변화의 신이(神異)한 것으로 여러 사람의 눈을 현혹한 것이 아니고 실로 나라를 창시(創始)한 신기한 사적이니 이것을 기술하지 않으면 후인들이 장차 어떻게 볼 것인가? 그러므로 시를 지어 기록하여 우리나라가 본래 성인(聖人)의 나라라는 것을 천하에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한 덩어리로 뭉친 원기 갈라져서 / 元氣判渾

천황씨 지황씨가 되었다 / 天皇地皇氏

머리가 열 셋 혹은 열 하나 / 十三十一頭

그 모습 기이함이 많았다 / 體貌多奇異

그 나머지 성스러운 제왕들도 / 其餘聖帝王

경서와 사기에 실려 있다 / 亦備載經史

여절은 큰 별에 감응되어 / 女節感大星

소호금천씨(少昊金天氏) 지를 낳았고 / 乃生大昊摯

여추는 전욱을 낳았는데 / 女樞生顓頊

역시 북두성(北斗星)의 광채에 감응되었다 / 亦感瑤光暐

복희씨는 희생 제도를 마련하였고 / 伏羲制牲犧

수인씨는 나무를 비벼 불을 만들어 냈다 / 燧人始鑽燧

명협(蓂莢)이 난 것은 요() 임금의 상서요 / 生蓂高帝祥

서속을 내린 것은 신농씨의 상서다 / 雨粟神農瑞

푸른 하늘은 여와씨가 기웠고 / 靑天女媧補

큰 물은 우() 임금이 다스렸다 / 洪水大禹理

황제 헌원씨(黃帝軒轅氏)가 하늘에 오르려 할 제 / 黃帝將升天

턱에 수염 난 용이 스스로 이르렀다 / 胡髥龍自至

태고 적 순박할 때는 / 太古淳朴時

신령하고 성스러운 것 이루 다 기록할 수 없었는데 / 靈聖難備記

후세에 인정이 점점 경박해져서 / 後世漸澆漓

풍속이 지나치게 사치해졌다 / 風俗例汰侈

성인이 간혹 나기는 하였으나 / 聖人間或生

신령한 자취 보인 것이 적다 / 神迹少所示

한 나라 신작 삼년 / 漢神雀三年

첫여름 북두가 사방(巳方)을 가리킬 때 / 孟夏斗立巳

 

한 나라 신작 34월 갑인(甲寅)

 

해동 해모수는 / 海東解慕漱

참으로 하느님의 아들 / 眞是天之子

 

본기(本記)에 이렇게 적혀 있다.

부여왕(夫餘王) 해부루(解負婁)가 늙도록 아들이 없어 산천(山川)에 제사하여 아들 낳기를 빌러 가는데, 탄 말이 곤연(鯤淵)에 이르자 큰 돌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왕이 괴이하게 여기어 사람을 시켜 그 돌을 굴리니 금빛 나는 개구리 형상의 작은 아이가 있었다. 왕이, 이것은 하늘이 내게 아들을 준 것이다.” 하며, 길러서 금와(金蛙)라 하고 태자(太子)로 삼았다. 정승 아란불(阿蘭弗),일전에 천제(天帝)가 내게 내려와서 장차 내 자손으로 하여금 이곳에 나라를 세우려 하니 너는 피하라.’ 하였는데, 동해(東海) 가에 가섭원(迦葉原)이란 땅이 있어 오곡(五穀)이 잘 되니 도읍할 만합니다.” 하고, 아란불은 왕을 권하여 옮겨 도읍하고 동부여(東夫餘)라 이름하였다. 예전 도읍터에는 해모수(解慕漱)가 천제의 아들이 되어 와서 도읍하였다.

 

처음 공중에서 내려오는데 / 初從空中下

자신은 다섯 용의 수레를 타고 / 身乘五龍軌

따르는 사람 백여 인은 / 從者百餘人

고니를 타고 털깃 옷을 화려하게 입었다 / 騎鵠紛襂襹

맑은 풍악 소리 쟁쟁하게 울리고 / 淸樂動鏘洋

채색 구름은 뭉게뭉게 떴다 / 彩雲浮旖旎

 

한 나라 신작 3년인 임술년에 천제(天帝)가 태자를 보내어 부여왕의 옛도읍에 내려와 놀았는데 이름이 해모수(解慕漱)였다. 하늘에서 내려오는데 오룡거(五龍車) 타고 따르는 사람 1백여 인은 모두 흰 고니를 탔다. 채색 구름은 위에 뜨고 음악 소리는 구름 속에서 울렸다. 웅심산(熊心山)에 머물렀다가 10여 일이 지나서 내려오는데 머리에는 오우관(烏羽冠)을 쓰고 허리에는 용광검(龍光劍)을 찼다.

 

옛날부터 천명을 받은 임금이 / 自古受命君

어느 것이 하늘에서 준 것이 아닌가 / 何是非天賜

대낮 푸른 하늘에서 내려온 것은 / 白日下靑冥

옛적부터 보지 못한 일이다 / 從昔所未視

아침에는 인간 세상에서 살고 / 朝居人世中

저녁에는 천궁으로 돌아간다 / 暮反天宮裏

 

아침에는 정사를 듣고 저물면 곧 하늘로 올라가니 세상에서 천왕랑(天王郞)이라 일컬었다.

 

내 옛사람에게 들으니 / 吾聞於古人

하늘에서 땅까지의 거리가 / 蒼穹之去地

이억 만 팔천 / 二億萬八千

칠백 팔십 리란다 / 七百八十里

사다리로도 오르기 어렵고 / 梯棧躡難升

날개로 날아도 쉽게 지친다 / 羽翮飛易瘁

아침저녁 임의로 오르내리니 / 朝夕恣升降

이 이치 어째서 그러한가 / 此理復何爾

성 북쪽에 청하가 있으니 / 城北有靑河

 

청하(靑河)는 지금의 압록강(鴨綠江)이다.

하백의 세 딸이 아름다웠다 / 河伯三女美

 

맏은 유화(柳花)요 다음은 훤화(萱花)요 끝은 위화(葦花)이다.

 

압록강 물결 헤치고 나와 / 擘出鴨頭波

웅심 물가에서 놀았다 / 往遊熊心涘

 

청하에서 나와서 웅심연(熊心淵)가에서 놀았다.

쟁그랑 딸랑 패옥이 울리고 / 鏘琅佩玉鳴

부드럽고 가냘픈 모습 아름다웠다 / 綽約顔花媚

 

자태가 곱고 아리따웠는데 여러 가지 패옥이 쟁그랑거리어 한고(漢皐)와 다름 없었다.

 

처음에는 한고 물가인가 의심하고 / 初疑漢皐濱

다시 낙수의 모래톱을 연상하였다 / 復想洛水沚

왕이 나가서 사냥하다 보고 / 王因出獵見

눈짓을 보내며 마음 두었다 / 目送頗留意

곱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함이 아니라 / 玆非悅紛華

참으로 뒤 이을 아들 낳기에 급함이었다 / 誠急生繼嗣

 

왕이 좌우에게, 얻어서 왕비를 삼으면 후사를 둘 수 있다.”하였다.

 

세 여자가 왕이 오는 것을 보고 / 三女見君來

물에 들어가 한참 동안 서로 피하였다 / 入水尋相避

장차 궁전을 지어 / 擬將作宮殿

함께 와서 노는 것 엿보려 하여 / 潛候同來戲

말채찍으로 한번 땅을 그으니 / 馬撾一畫地

구리집이 홀연히 세워졌다 / 銅室欻然峙

비단 자리를 눈부시게 깔아 놓고 / 錦席鋪絢明

금술잔에 맛있는 술 차려 놓았다 / 金罇置淳旨

과연 스스로 돌아들어와서 / 蹁躚果自入

서로 마시고 이내 곧 취하였다 / 對酌還徑醉

 

그 여자들이 왕을 보자 곧 물로 들어갔다. 좌우가, 대왕은 왜 궁전을 지어서 여자들이 방에 들어가기를 기다렸다가 못 나가게 문을 가로막지 않으십니까?” 하였다. 왕이 그렇게 여겨 말채찍으로 땅에 긋자 구리집이 갑자기 이루어졌는데 장려(壯麗)하였다. 방 안에 세 자리를 베풀고 술상을 차려 놓았다. 그 여자들이 각각 그 자리에 앉아 서로 권하며 마셔 술이 크게 취하였다.

 

왕이 그때 나가 가로막으니 / 王時出橫遮

놀라 달아나다 미끄러져 자빠졌다 / 驚走僅顚躓

 

왕이 세 여자가 크게 취할 것을 기다려 급히 나가 막으니 여자들이 놀라 달아나다가 맏딸 유화(柳花)가 왕에게 붙잡혔다.

 

맏딸이 유화인데 / 長女曰柳花

이 여자가 왕에게 붙잡혔다 / 是爲王所止

하백이 크게 노하여 / 河伯大怒嗔

사자를 시켜 급히 달려가서 / 遣使急且駛

고하기를 너는 어떤 사람이기에 / 告云渠何人

감히 경솔하고 방자한 짓을 하는가 / 乃敢放輕肆

회보하기를 나는 천제의 아들입니다 / 報云天帝子

높은 문족과 서로 혼인하기 청합니다 / 高族請相累

하늘을 가리키자 용수레가 내려오니 / 指天降龍馭

그대로 깊은 해궁에 이르렀다 / 徑到海宮邃

 

하백(河伯)이 크게 노하여 사자를 보내어 고하기를, 너는 어떠한 사람이기에 내 딸을 잡아 두는가?” 하였다.

왕이 회보하기를, 나는 천제(天帝)의 아들인데 지금 하백에게 구혼하고자 합니다.” 하였다. 하백이 또 사자를 보내어 고하기를,

네가 만일 천제의 아들이고 내게 구혼할 생각이 있으면 마땅히 중매를 시켜 말할 것이지 지금 문득 내 딸을 잡아 두니 어찌 그리 실례가 심한가?” 하였다. 왕이 부끄러워하며 하백을 뵈려 하였으나 궁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여자를 놓아 보내고자 하니 그 여자가 이미 왕과 정이 들어서 떠나려 하지 않으며 왕에게 권하기를, 만일 용거(龍車)가 있으면 하백의 나라에 이를 수 있다.” 하였다. 왕이 하늘을 가리켜 고하니, 조금 뒤에 오룡거(五龍車)가 공중에서 내려왔다. 왕이 여자와 함께 수레를 타니 풍운이 홀연히 일어나며 하백의 궁에 이르렀다.

 

하백이 왕에게 이르기를 / 河伯乃謂王

혼인은 큰 일이라 / 婚姻是大事

중매와 폐백의 법이 있거늘 / 媒贄有通法

어째서 방자한 짓을 하는가 / 胡奈得自恣

 

하백이 예를 갖추어 맞아 좌정한 뒤에 이르기를,

혼인의 도는 천하의 공통된 법규인데 어찌하여 실례되는 일을 해서 내 가문을 욕되게 하는가?”하였다.

 

그대가 상제의 아들이라면 / 君是上帝胤

신통한 변화를 시험하여 보자 / 神變請可試

넘실거리는 푸른 물결 속에 / 漣漪碧波中

하백이 변화하여 잉어가 되니 / 河伯化作鯉

왕이 변화하여 수달이 되어 / 王尋變爲獺

몇 걸음 못 가서 곧 잡았다 / 立捕不待跬

또다시 두 날개가 나서 / 又復生兩翼

꿩이 되어 훌쩍 날아가니 / 翩然化爲雉

왕이 또 신령한 매가 되어 / 王又化神鷹

쫓아가 치는 것이 어찌 그리 날쌘가 / 博擊何大鷙

저편이 사슴이 되어 달아나면 / 彼爲鹿而走

이편은 승냥이가 되어 쫓았다 / 我爲豺而趡

하백은 신통한 재주 있음 알고 / 河伯知有神

술자리 벌이고 서로 기뻐하였다 / 置酒相燕喜

만취한 틈을 타서 가죽 수레에 싣고 / 伺醉載革輿

딸도 수레에 함께 태웠다 / 幷置女於輢

 

수레의 옆을 기()라 한다.

 

그 뜻은 딸과 함께 / 意令與其女

천상에 오르게 하려 함이었다 / 天上同騰轡

그 수레가 물 밖에 나오기 전에 / 其車未出水

술이 깨어 홀연히 놀라 일어나 / 酒醒忽驚起

 

하백의 술은 이레가 되어야 깬다.

여자의 황금비녀로 / 取女黃金釵

가죽 뚫고 구멍으로 나와서 / 刺革從竅出

 

()은 협운(叶韻)이다.

홀로 적소를 타고 올라서 / 獨乘赤霄上

소식 없이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 寂寞不廻騎

 

하백이, 왕이 천제(天帝)의 아들이라면 무슨 신통하고 이상한 재주가 있는가?”하니,

왕이, 무엇이든지 시험하여 보소서.” 하였다.

이에 하백이 뜰 앞의 물에서 잉어로 화하여 물결을 따라 노니니 왕이 수달로 화하여 잡았고, 하백이 또 사슴으로 화하여 달아나니 왕이 승냥이로 화하여 쫓았고, 하백이 꿩으로 화하니 왕이 매로 화하였다. 하백은 참으로 천제의 아들이라고 생각하여 예로 혼인을 이루고 왕이 딸을 데려갈 마음이 없을까 두려워하여 풍악을 베풀고 술을 내어 왕을 권하여 크게 취하자 딸과 함께 작은 가죽 수레에 넣어 용거(龍車)에 실으니 이는 하늘에 오르게 하려 함이었다. 그 수레가 미처 물에서 나오기 전에 왕이 술이 깨어 여자의 황금비녀로 가죽 수레를 뚫고 구멍으로 홀로 나와서 하늘로 올라갔다.

 

하백이 그 딸을 책망하여 / 河伯責厥女

입술을 잡아당겨 석 자나 늘여 놓고 / 挽吻三尺㢮

우발수 속으로 추방하고는 / 乃貶優渤中

오직 비복 두 사람만 주었다 / 唯與婢僕二

 

하백이 그 딸에게 크게 노하여, 네가 내 훈계를 따르지 않아서 마침내 우리 가문을 욕되게 하였다.” 하고, 좌우를 시켜 딸의 입을 옭아 잡아당기어 입술의 길이가 석 자나 되게 하고 노비 두 사람만을 주어 우발수 가운데로 추방하였다. 우발은 못 이름인데 지금 태백산(太白山) 남쪽에 있다.

 

어부가 물 속을 보니 / 漁師觀波中

이상한 짐승이 돌아다녔다 / 奇獸行駓騃

이에 금와왕에게 고하여 / 乃告王金蛙

쇠그물을 깊숙이 던졌다 / 鐵網投湀湀

돌에 앉은 여자를 끌어당겨 얻었는데 / 引得坐石女

얼굴 모양이 심히 무서웠다 / 姿貌甚堪畏

입술이 길어 말을 못하므로 / 唇長不能言

세 번 자른 뒤에야 입을 열었다 / 三截乃啓齒

 

어사(漁師) 강력부추(强力扶鄒)가 고하기를, 근자에 어량(魚梁 물을 막아 고기를 잡는 장치) 속의 고기를 도둑질해 가는 것이 있는데 무슨 짐승인지 알 수 없습니다.” 하였다. 왕이 어사를 시켜 그물로 끌어내니 그물이 찢어졌다. 다시 쇠그물을 만들어 당겨서 돌에 앉아 있는 여자를 얻었다. 그 여자는 입술이 길어 말을 못하므로 그 입술을 세 번 잘라내게 한 뒤에야 말을 하였다.

 

왕이 해모수의 왕비인 것을 알고 / 王知慕漱妃

이내 별궁에 두었다 / 仍以別宮置

해를 품고 주몽을 낳았으니 / 懷日生朱蒙

이해가 계해년이었다 / 是歲歲在癸

골상이 참으로 기이하고 / 骨表諒最奇

우는 소리가 또한 심히 컸다 / 啼聲亦甚偉

처음에 되만한 알을 낳으니 / 初生卵如升

보는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 觀者皆驚悸

왕이 상서롭지 못하다 / 王以爲不祥

이것이 어찌 사람의 종류인가 하고 / 此豈人之類

마구간 속에 두었더니 / 置之馬牧中

여러 말들이 모두 밟지 않고 / 群馬皆不履

깊은 산 속에 버렸더니 / 棄之深山中

온갖 짐승이 모두 옹위하였다 / 百獸皆擁衛

 

왕이 천제 아들의 비()인 것을 알고 별궁(別宮)에 두었더니 그 여자의 품안에 해가 비치자 이어 임신하여 신작(神雀) 4년 계해년 여름 4월에 주몽(朱蒙)을 낳았는데 우는 소리가 매우 크고 골상이 영특하고 기이하였다. 처음 낳을 때에 좌편 겨드랑이로 알 하나를 낳았는데 크기가 닷되[五升]들이만하였다. 왕이 괴이하게 여겨 말하기를, 사람이 새알을 낳았으니 상서롭지 못하다.” 하고, 사람을 시켜 마구간에 두었더니 여러 말들이 밟지 않고, 깊은 산에 버렸더니 모든 짐승이 호위하고 구름 끼고 음침한 날에도 알 위에 항상 햇빛이 있었다. 왕이 알을 도로 가져다가 어미에게 보내어 기르게 하였더니, 알이 마침내 갈라져서 한 사내 아이를 얻었는데 낳은 지 한 달이 지나지 않아서 언어가 모두 정확하였다.

 

어미가 우선 받아서 기르니 / 母姑擧而養

한 달이 되면서 말하기 시작하였다 / 經月言語始

스스로 말하되 파리가 눈을 빨아서 / 自言蠅噆目

누워도 편안히 잘 수 없다 하였다 / 臥不能安睡

어머니가 활과 화살을 만들어 주니 / 母爲作弓矢

그 활이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 其弓不虛掎

 

어머니에게, 파리들이 눈을 빨아서 잘 수가 없으니 어머니는 나를 위하여 활과 화살을 만들어 주오하였다. 그 어머니가 댓가지로 활과 화살을 만들어 주니 스스로 물레 위의 파리를 쏘는데 화살을 쏘는 족족 맞혔다. 부여(扶餘)에서 활 잘 쏘는 것을 주몽(朱蒙)이라고들 한다.

 

나이가 점점 많아지매 / 年至漸長大

재능도 날로 갖추어졌다 / 才能日漸備

부여왕의 태자가 / 扶餘王太子

그 마음에 투기가 생겼다 / 其心生妬忌

말하기를 주몽이란 자는 / 乃言朱蒙者

반드시 범상한 사람이 아니니 / 此必非常士

만일 일찍 도모하지 않으면 / 若不早自圖

후환이 끝없으리라 하였다 / 其患誠未已

 

나이가 많아지자 재능이 다 갖추어졌다. 금와왕은 아들 일곱이 있는데 항상 주몽과 함께 놀며 사냥하였다. 왕의 아들과 따르는 사람 40여 인이 겨우 사슴 한 마리를 잡았는데 주몽은 사슴을 퍽 많이 쏘아 잡았다. 왕자가 시기하여 주몽을 붙잡아 나무에 묶어 매고 사슴을 빼앗았는데, 주몽이 나무를 뽑아 버리고 갔다. 태자(太子) 대소(帶素)가 왕에게, 주몽이란 자는 신통하고 용맹한 장사여서 눈초리가 비상하니 만일 일찍 도모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환이 있을 것입니다.”하였다.

 

왕이 가서 말을 기르게 하니 / 王令往牧馬

그 뜻을 시험하고자 함이었다 / 欲以試厥志

스스로 생각하니 천제의 손자가 / 自思天之孫

천하게 말 기르는 것 참으로 부끄러워 / 廝牧良可恥

가슴을 어루만지며 항상 혼자 탄식하기를 / 捫心常竊導

사는 것이 죽는 것만 못하다 / 吾生不如死

마음 같아서는 장차 남쪽 땅에 가서 / 意將往南土

나라도 세우고 성시도 세우고자 하나 / 立國立城市

사랑하는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에 / 爲緣慈母在

이별이 참으로 쉽지 않구나 / 離別誠未易

 

왕이 주몽에게 말을 기르게 하여 그 뜻을 시험하였다. 주몽이 마음으로 한을 품고 어머니에게, 나는 천제의 손자인데 남을 위하여 말을 기르니 사는 것이 죽는 것만 못합니다. 남쪽 땅에 가서 나라를 세우려 하나 어머니가 계셔서 마음대로 못합니다.”하였다.

 

그 어머니 이 말 듣고 / 其母聞此言

흐르는 눈물 씻으며 / 潸然抆淸淚

너는 내 생각 하지 말라 / 汝幸勿爲念

나도 항상 마음 아프다 / 我亦常痛痞

장사가 먼 길을 가려면 / 士之涉長途

반드시 준마가 있어야 한다며 / 須必憑騄駬

아들을 데리고 마구간에 가서 / 相將往馬閑

곧 긴 채찍으로 말을 때리니 / 卽以長鞭捶

여러 말은 모두 달아나는데 / 群馬皆突走

붉은 빛이 얼룩진 한 말이 있어 / 一馬騂色斐

두 길 되는 난간을 뛰어 넘으니 / 跳過二丈欄

이것이 준마인 줄 비로소 깨달았다 / 始覺是駿驥

 

통전(通典)에 주몽이 타던 말은 모두 과하마(果下馬)라 하였다.

 

남모르게 바늘을 혀에 꽂으니 / 潛以針刺舌

시고 아파 먹지 못하네 / 酸痛不受飼

며칠 못되어 형상이 심히 야위어 / 不日形甚癯

나쁜 말과 다름없었다 / 却與駑駘似

그뒤에 왕이 돌아보고 / 爾後王巡觀

바로 이 말을 주었다 / 予馬此卽是

얻고 나서 비로소 바늘을 뽑고 / 得之始抽針

밤낮으로 도로 먹였다 / 日夜屢加餧

 

그 어머니가, 이것은 내가 밤낮으로 고심하던 일이다. 내가 들으니 장사가 먼길을 가려면 반드시 준마가 있어야 한다. 내가 말을 고를 수 있다.” 하고, 드디어 목마장으로 가서 긴 채찍으로 어지럽게 때리니 여러 말이 모두 놀라 달아나는데 한 마리 붉은 말이 두 길이나 되는 난간을 뛰어넘었다. 주몽은 이 말이 준마임을 알고 가만히 바늘을 혀 밑에 꽂아 놓았다. 그 말은 혀가 아파서 물과 풀을 먹지 못하여 심히 야위었다. 왕이 목마장을 순시하며 여러 말이 모두 살찐 것을 보고 크게 기뻐서 인하여 야윈 말을 주몽에게 주었다. 주몽이 이 말을 얻고 나서 그 바늘을 뽑고 도로 먹였다 한다.

 

가만히 세 어진 벗을 맺으니 / 暗結三賢友

그 사람들 모두 지혜가 많았다 / 其人共多智

 

오이(烏伊)마리(摩離)협보(陜父) 등 세 사람이었다.

 

남쪽으로 행하여 엄체수에 이르러 / 南行至淹滯  

일명 개사수(蓋斯水)인데 지금의 압록강 동북쪽에 있다.

건너려 하여도 배가 없었다 / 欲渡無舟艤

 

건너려 하나 배는 없고 쫓는 군사가 곧 이를 것을 두려워하여 채찍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개연히 탄식하기를, 나는 천제의 손자요 하백의 외손인데 지금 난을 피하여 여기에 이르렀으니 황천과 후토(后土)는 나 고자(孤子)를 불쌍히 여기시어 속히 배와 다리를 주소서.” 하고, 말을 마치고 활로 물을 치니 고기와 자라가 나와 다리를 이루어 주몽이 건넜는데 한참 뒤에 쫓는 군사가 이르렀다.

 

채찍을 잡고 저 하늘을 가리키며 / 秉策指彼蒼

개연히 긴 탄식을 발한다 / 慨然發長喟

천제의 손자 하백의 외손이 / 天孫河伯甥

난을 피하여 이곳에 이르렀소 / 避難至於此

불쌍한 고자의 마음을 / 哀哀孤子心

황천 후토가 차마 버리시리까 / 天地其忍棄

활을 잡아 하수를 치니 / 操弓打河水

고기와 자라가 머리와 꼬리를 나란히 하여 / 魚鼈騈首尾

높직이 다리를 이루어 / 屹然成橋梯

비로소 건널 수 있었다 / 始乃得渡矣

조금 뒤에 쫓는 군사 이르러 / 俄爾追兵至

다리에 오르니 다리가 곧 무너졌다 / 上橋橋旋圮

 

쫓아온 군사가 하수에 이르니 고기와 자라가 이룬 다리가 곧 허물어져 이미 다리에 오른 자는 모두 빠져 죽었다.

 

한 쌍 비둘기 보리 물고 날아 / 雙鳩含麥飛

신모의 사자가 되어 왔다 / 來作神母使

 

주몽이 이별할 때 차마 떠나지 못하니 어머니가 말하기를, 너는 어미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 하고 오곡 종자를 싸 주어 보내었다. 주몽이 살아서 이별하는 마음이 애절하여 보리 종자를 잊어버리고 왔다. 주몽이 큰 나무 밑에서 쉬는데 비둘기 한 쌍이 날아왔다. 주몽이,

아마도 신모(神母)께서 보리 종자를 보내신 것이리라.” 하고, 활을 쏘아 한 화살에 모두 떨어뜨려 목구멍을 벌려 보리 종자를 얻고 나서 물을 뿜으니 비둘기가 다시 소생하여 날아갔다.

 

형세 좋은 땅에 왕도를 개설하니 / 形勝開王都

산천이 울창하고 높고 컸다 / 山川鬱嶵巋

스스로 띠자리 위에 앉아서 / 自坐茀蕝上

대강 군신의 위차를 정하였다 / 略定君臣位

 

왕이 스스로 띠자리 위에 앉아서 대강 임금과 신하의 위차를 정하였다.

 

애달프다 비류왕이여 / 咄哉沸流王

어째서 스스로 헤아리지 못하고 / 何奈不自揆

선인의 후예인 것만 굳이 자긍하고 / 苦矜仙人後

천제의 손자 존귀함을 알지 못하였나 / 未識帝孫貴

한갓 부용국으로 삼으려 하여 / 徒欲爲附庸

말하는 데 삼가거나 겁내지 않네 / 出語不愼葸

그림 사슴의 배꼽도 맞히지 못하고 / 未中畫鹿臍

옥가락지 깨는 것에 놀랐다 / 驚我倒玉指

 

비류왕 송양(松讓)이 나와 사냥하다가 왕의 용모가 비상함을 보고 이끌어 함께 앉아서, 바다 한쪽에 치우쳐 있어 일찍이 군자(君子)를 만나보지 못하였는데, 오늘 우연히 만났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대는 어떠한 사람이며 어느 곳에서 왔는가?”하니, 왕이,

과인은 천제의 손자요 서국(西國)의 왕이다. 감히 묻노니 군왕은 누구의 후손인가?” 하니, 송양이, 나는 선인(仙人)의 후손인데 여러 대 왕 노릇을 하였다. 지금 지방이 대단히 작아서 나누어 두 왕이 될 수 없고 그대는 나라를 만든 지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나의 부속국이 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였다. 왕이, 과인은 천제의 뒤를 이었지마는 지금 왕은 신()의 자손도 아니면서 억지로 왕이라 칭호하니, 만일 내게 복종하지 않으면 하늘이 반드시 죽일 것이다.” 하였다. 송양은 왕이 여러 번 천제의 손자라 자칭하는 것을 듣고 마음에 의심을 품어 그 재주를 시험하고자 하여, 왕과 활쏘기를 원하노라.” 하고, 그린 사슴을 1백 보 안에 놓고 쏘았는데 그 화살이 사슴 배꼽에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힘에 겨워하였다. 왕이 사람을 시켜 옥가락지[玉指環]를 가져다가 1백 보 밖에 달아매고 쏘았는데 기왓장 부서지듯 깨지니 송양이 크게 놀랐다.

 

와서 고각이 변색한 것을 보고 / 來觀鼓角變

감히 내 기물이라 말하지 못하였다 / 不敢稱我器

 

왕이, 국가의 기업이 새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고각(鼓角)의 위의(威儀)가 없어서 비류(沸流)의 사자가 왕래함에 내가 왕의 예로 맞고 보내지 못하니 그 까닭으로 나를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하였다. 시종하는 신하 부분노(扶芬奴)가 앞에 나와, 신이 대왕을 위하여 비류의 북을 가져오겠습니다.” 하였다. 왕이, 다른 나라의 감추어 둔 물건을 네가 어떻게 가져오려느냐?” 하니, 대답하기를이것은 하늘이 준 물건이니 왜 가져오지 못하겠습니까? 대왕이 부여(扶餘)에서 곤욕을 당할 때에 누가 대왕이 여기에 이르리라고 생각하였겠습니까? 지금 대왕이 만 번 죽음을 당할 위태한 땅에서 몸을 빼쳐 나와 요좌(遼左)에 이름을 날리니 이것은 천제가 명령하여 하는 것이라 무슨 일인들 이루지 못하겠습니까?” 하였다. 이에 부분노 등 세 사람이 비류에 가서 북을 가져오니 비류왕이 사자를 보내어 고하였다. 왕이 비류에서 와서 고각을 볼까 두려워하여 빛깔을 오래된 것처럼 검게 만들어 놓으니 송양(松讓)이 감히 다투지 못하고 돌아갔다.

 

집 기둥이 묵은 것을 와서 보고 / 來觀屋柱故

말 못하고 도리어 부끄러워했다 / 咋舌還自愧

 

송양이 도읍을 세운 선후(先後)를 따져 부용국(附庸國)을 삼고자 하니, 왕이 궁실을 지을 때 썩은 나무로 기둥을 세워 천 년 묵은 것같이 했다. 송양이 와서 보고 마침내 감히 도읍을 세운 선후를 따지지 못하였다.

 

동명왕이 서쪽으로 순수할 때 / 東明西狩時

우연히 눈빛 고라니를 얻었다 큰 사슴을 고라니라 한다. / 偶獲雪色麂

해원 위에 거꾸로 달아매고 / 倒懸蟹原上

감히 스스로 저주하기를 / 敢自呪而謂

하늘이 비류에 비를 내려 / 天不雨沸流

그 도성과 변방을 표몰시키지 않으면 / 漂沒其都鄙

내가 너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니 / 我固不汝放

너는 내 분함을 풀어다오 / 汝可助我懫

사슴의 우는 소리 심히 슬퍼 / 鹿鳴聲甚哀

위로 천제의 귀에 사무쳤다 / 上徹天之耳

장마비가 이레를 퍼부어 / 霖雨注七日

주룩주룩 회수 사수를 넘쳐나듯 / 霈若傾淮泗

송양이 근심하고 두려워하여 / 松讓甚憂懼

흐름을 따라 부질없이 갈대 밧줄을 가로 뻗쳤다 / 沿流謾橫葦

백성들이 다투어 와서 밧줄을 잡아당겨 / 士民競來攀

서로 쳐다보며 땀을 흘리었다 / 流汗相眙

동명왕이 곧 채찍을 들어 / 東明卽以鞭

물을 그으니 곧 멈추었다 / 畫水水停沸

송양이 나라를 들어 항복하고 / 松讓擧國降

이 뒤로는 우리를 헐뜯지 못하였다 / 是後莫予訾

 

서쪽을 순행하다가 사슴 한 마리를 얻었는데 해원에 거꾸로 달아매고 저주하기를, 하늘이 만일 비를 내려 비류왕의 도읍을 표몰시키지 않는다면 내가 너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니, 이 곤란을 면하려거든 네가 하늘에 호소하라.” 하였다. 그 사슴이 슬피 울어 소리가 하늘에 사무치니 장마비가 이레를 퍼부어 송양의 도읍을 표몰시켰다, 송양왕이 갈대 밧줄로 흐르는 물을 횡단하고 오리 말을 타고 백성들은 모두 그 밧줄을 잡아당겼다. 주몽이 채찍으로 물을 긋자 물이 곧 줄어들었다. 6월에 송양이 나라를 들어 항복하였다 한다.

 

검은 구름이 골령을 덮어 / 玄雲冪鶻嶺

산이 뻗쳐 연한 것이 보이지 않고 / 不見山邐迤

수천 명 사람의 소리가 들려 / 有人數千許

나무 베는 소리와 방불하였다 / 斲木聲髣髴

왕이 말하기를 하늘이 나를 위하여 / 王曰天爲我

그 터에 성을 쌓는 것이라 한다 / 築城於其趾

홀연히 운무가 흩어지니 / 忽然雲霧散

궁궐이 우뚝 솟았다 / 宮闕高嵬

 

7월에 검은 구름이 골령에 일어나서 사람들이 그 산은 보지 못하고 오직 수천 명 사람의 소리가 토목(土木) 공사를 하는 것같이 들렸다.

왕이, 하늘이 나를 위하여 성을 쌓는 것이다.” 하였다. 7일 만에 운무가 걷히니 성곽과 궁실 누대가 저절로 이루어졌다. 왕이 황천께 절하여 감사하고 나아가 살았다.

 

왕위에 있은 지 십구 년 만에 / 在位十九年

하늘에 오르고 내려오지 않았다 / 升天不下莅

 

가을 9월에 왕이 하늘에 오르고 내려오지 않으니 이때 나이 40이었다. 태자(太子)가 왕이 남긴 옥채찍을 대신 용산(龍山)에 장사하였다 한다.

 

뜻이 크고 기이한 절개 있으니 / 俶儻有奇節

원자의 이름은 유리이다 / 元子曰類利

칼을 얻어 부왕의 위를 이었고 / 得劍繼父位

동이 구멍 막아 남의 꾸지람을 그쳤다 / 塞盆止人詈

 

유리가 어려서부터 기이한 기절이 있었다 한다. 소년 때에 참새 쏘는 것을 업으로 삼았는데 한 부인이 물동이를 이고 가는 것을 보고 쏘아서 뚫었다. 그 여자가 노하여 욕하기를, 아비도 없는 자식이 내 물동이를 쏘아 뚫었다.” 하였다. 유리가 크게 부끄러워하여 진흙 탄환으로 쏘아서 동이 구멍을 막아 전과 같이 만들고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에게, 내 아버지가 누구입니까?” 하고 물었다. 어머니는 유리가 나이 어리기 때문에 희롱 삼아 말하기를, 너는 일정한 아버지가 없다.” 하였다. 유리가 울며, 사람이 일정한 아버지가 없으면 장차 무슨 면목으로 남을 보겠습니까?” 하고 드디어 스스로 목을 찌르려 하였다. 어머니가 깜짝 놀라 말리며, 아까 한 말은 희롱 삼아 한 말이다. 너의 아버지는 천제의 손자이고 하백의 외손인데 부여의 신하되는 것을 원망하다가 도망하여 남쪽 땅에 가서 국가를 창건하였단다. 네가 가보겠느냐?“

하였다. 대답하기를, 아버지는 임금이 되었는데 아들은 남의 신하가 되었으니 내가 비록 재주 없으나 어찌 부끄럽지 않겠습니까?” 하였다. 어머니가, 너의 아버지가 갈 때 말을 남기기를 내가 일곱 고개 일곱 골짜기 돌 위 소나무에 물건을 감추어 둔 것이 있으니 이것을 찾아 얻는 자는 내 자식이다.’ 하였다.” 했다. 유리가 산골짜기에 가서 찾다가 얻지 못하고 지쳐 돌아왔다. 유리가 당() 기둥에서 슬픈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는데 그 기둥은 돌 위의 소나무이고 나무 모양이 일곱 모서리였다. 유리가 스스로 해득하기를, 일곱 고개 일곱 골짜기라는 것은 일곱 모서리이고, 돌 위 소나무라는 것은 기둥이다.” 하고 일어나 가 보니 기둥 위에 구멍이 있었다. 그 구멍에서 부러진 칼 한 조각을 얻고 크게 기뻐하였다. 전한(前漢) 홍가(鴻嘉) 4년 여름 4월에 고구려(高句麗)로 달아나서 칼 한 조각을 왕께 받들어 올렸다. 왕이 가지고 있는 부러진 칼 한 조각을 내어 합하니 피가 나면서 이어져 한 칼이 되었다. 왕이 유리에게, 네가 실로 내 자식이라면 무슨 신성(神聖)함이 있느냐?” 하니, 유리가 즉시 몸을 날리어 공중에 솟구쳐 창구멍으로 새어 드는 햇빛을 막아 기이한 신성을 보이니 왕이 크게 기뻐하여 태자로 삼았다.

 

내 성품 본래 질박하여 / 我性本質木

기이하고 괴상한 것 좋아하지 않는다 / 性不喜奇詭

처음에 동명왕의 일을 보고 / 初看東明事

요술인가 귀신인가 의심하였다 / 疑幻又疑鬼

서서히 서로 간섭하여 보니 / 徐徐漸相涉

변화가 추측하여 의논하기 어렵다 / 變化難擬議

하물며 이것은 직필로 쓴 글이라 / 況是直筆文

한 글자도 헛된 글자가 없다 / 一字無虛字

신이하고도 신이하여 / 神哉又神哉

만세에 아름다운 일이다 / 萬世之所韙

생각건대 창업하는 임금이 / 因思草創君

성신이 아니면 어찌 이루랴 / 非聖卽何以

유온이 큰 못에서 쉬다가 / 劉媼息大澤

꿈꾸는 사이에 신을 만났다 / 遇神於夢寐

우뢰 번개에 천지가 캄캄하고 / 雷電塞晦暝

괴이하고 위대한 교룡이 서려 있었다 / 蛟龍盤怪傀

인하여 곧 임신이 되어 / 因之卽有娠

성신한 유계를 낳았다 / 乃生聖劉季

이것이 적제의 아들인데 / 是惟赤帝子

일어남에 특이한 복조가 많았다 / 其興多殊祚

세조 광무황제가 처음 태어날 때 / 世祖始生時

광명한 빛이 집 안에 가득하였다 / 滿室光炳煒

절로 적복부에 응하여 / 自應赤伏符

황건적을 소탕하였다 / 掃除黃巾僞

자고로 제왕이 일어남에 / 自古帝王興

많은 징조와 상서가 있으나 / 徵瑞紛蔚蔚

끝 자손은 게으르고 거칠음이 많아 / 末嗣多怠荒

모두 선왕의 제사를 끊어뜨렸다 / 共絶先王祀

이제야 알겠다 수성하는 임금은 / 乃知守成君

신고한 땅에서 작게 삼갈 것을 경계하여 / 集蓼戒小毖

너그럽고 어짊으로 왕위를 지키고 / 守位以寬仁

예와 의로 백성을 교화하여 / 化民由禮義

길이길이 자손에게 전하여 / 永永傳子孫

오래도록 나라를 통치하였다 / 御國多年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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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世多說東明王神異之事雖愚夫騃婦亦頗能說其事僕嘗聞之笑曰先師仲尼不語怪力亂神此實荒唐奇詭之事非吾曹所說及讀魏書通典亦載其事然略而未詳豈詳內略外之意耶越癸丑四月得舊三國史見東明王本紀其神異之迹踰世之所說者然亦初不能信之意以爲鬼幻及三復耽味漸涉其源非幻也乃聖也非鬼也乃神也況國史直筆之書豈妄傳之哉金公富軾重撰國史頗略其事意者公以爲國史矯世之書不可以大異之事爲示於後世而略之耶按唐玄宗本紀楊貴妃傳並無方士升天入地之事唯詩人白樂天恐其事淪沒作歌以志之彼實荒淫奇誕之事猶且詠之以示于後矧東明之事非以變化神異眩惑衆目乃實創國之神迹則此而不述後將何觀是用作詩以▣▣記之欲使夫天下知我國本聖人之都耳元氣判渾天皇地皇氏十三十一頭體貌多奇異其餘聖帝王亦備載經史女節感大星乃生大昊摯女樞生顓頊亦感瑤光暐伏羲制牲犧燧人始鑽燧生蓂高帝祥雨粟神農瑞靑天女媧補洪水大禹理黃帝將升天胡髥龍自至太古淳朴時靈聖難備記後世漸澆漓風俗例汰侈聖人間或生神迹少所示漢神雀三年孟夏斗立巳漢神雀三年四月甲寅海東解慕漱眞是天之子本記云夫余王解夫婁老無子祭山川求嗣所御馬至鯤淵見大石流淚王怪之使人轉其石有小兒金色蛙形王曰此天錫我令胤乎乃收養之名曰金蛙立爲太子其相阿蘭弗曰日者天降我曰將使吾子孫立國於此汝其避之東海之濱有地號迦葉原土宜五穀可都也阿蘭弗勸王移都號東夫余於舊都解慕漱爲天帝子來都初從空中下身乘五龍軌從者百餘人騎鵠紛襂襹淸樂動鏘洋彩雲浮旖旎漢神雀三年壬戌歲天帝遣太子降遊扶余王古都號解慕漱從天而下乘五龍車從者百餘人皆騎白鵠彩雲浮於上音樂動雲中止熊心山經十餘日始下首戴烏羽之冠腰帶龍光之劒自古受命君何是非天賜白日下靑冥從昔所未視朝居人世中暮反天宮裡朝則聽事暮卽升天世謂之天王郞吾聞於古人蒼穹之去地二億萬八千七百八十里梯棧躡難升羽翮飛易瘁朝夕恣升降此理復何爾城北有靑河靑河今鴨綠江也河伯三女美長曰柳花次曰萱花季曰葦花擘出鴨頭波往遊熊心涘自靑河出遊熊心淵上鏘琅佩玉鳴綽約顔花媚神姿艶麗雜佩鏘洋與漢皐無異初疑漢皐濱復想洛水沚王因出獵見目送頗留意玆非悅紛華誠急生繼嗣王謂左右曰得而爲妃可有後胤三女見君來入水尋相避擬將作宮殿潛候同來戱馬撾一畫地銅室欻然峙錦席鋪絢明金罇置淳旨蹁躚果自入對酌還徑醉其女見王卽入水左右曰大王何不作宮殿俟女入室當戶遮之王以爲然以馬鞭畫地銅室俄成壯麗於室中設三席置樽酒其女各坐其席相勸飮酒大醉云云王時出橫遮驚走僅顚躓王俟三女大醉急出遮女等驚走長女柳花爲王所止長女曰柳花是爲王所止河伯大怒嗔遣使急且駛告云渠何人乃敢放輕肆報云天帝子高族請相累指天降龍馭徑到海宮邃河伯大怒遣使告曰汝是何人留我女乎王報云我是天帝之子今欲與河伯結婚河伯又使告曰汝若天帝之子於我有求昏者當使媒云云今輒留我女何其失禮王慙之將往見河伯不能入室欲放其女女旣與王定情不肯離去乃勸王曰如有龍車可到河伯之國王指天而告俄而五龍車從空而下王與女乘車風雲忽起至其宮河伯乃謂王婚姻是大事媒贄有通法胡奈得自恣河伯備禮迎之坐定謂曰婚姻之道天下之通規何爲失禮辱我門宗云云君是上帝胤神變請可試漣漪碧波中河伯化作鯉王尋變爲獺立捕不待跬又復生兩翼翩然化爲雉王又化神鷹摶擊何大鷙彼爲鹿而走我爲豺而趡河伯知有神置酒相燕喜伺醉載革輿幷置女於輢車傍曰輢意令與其女天上同騰轡其車未出水酒醒忽驚起河伯之酒七日乃醒取女黃金釵刺革從竅出 叶韻獨乘赤霄上寂寞不廻騎河伯曰王是天帝之子有何神異王曰唯在所試於是河伯於庭前水化爲鯉隨浪而游王化爲獺而捕之河伯又化爲鹿而走王化爲豺逐之河伯化爲雉王化爲鷹擊之河伯以爲誠是天帝之子以禮成婚恐王無將女之心張樂置酒勸王大醉與女入於小革輿中載以龍車欲令升天其車未出水王卽酒醒取女黃金釵刺革輿從孔獨出升天河伯責厥女挽吻三尺弛乃貶優渤中唯與婢僕二河伯大怒其女曰汝不從我訓終欲001我門令左右絞挽女口其唇吻長三尺唯與奴婢二人貶於優渤水中優渤澤名今在太伯山南漁師觀波中奇獸行騃乃告王金蛙鐵網投湀湀引得坐石女姿貌甚堪畏唇長不能言三截乃啓齒漁師強力扶鄒告曰近有盜梁中魚而將去者未知何獸也王乃使魚002師以網引之其網破裂更造鐵網引之始得一女坐石而出其女唇長不能言令三截其唇乃言王知慕漱妃仍以別宮置懷日生朱蒙是歲歲在癸骨表諒最奇啼聲亦甚偉初生卵如升觀者皆驚悸王以爲不祥此豈人之類置之馬牧中群馬皆不履棄之深山中百獸皆擁衛王知天帝子妃以別宮置之其女懷中日曜因以有娠神雀四年癸亥歲夏四月生朱蒙啼聲甚偉骨表英奇初生左腋生一卵大如五升許王怪之曰人生鳥卵可爲不祥使人置之馬牧群馬不踐棄於深山百獸皆護雲陰之日卵上恒有日光王取卵送母養之卵終乃開得一男生未經月言語竝實母姑擧而養經月言語始自言蠅噆目臥不能安睡母爲作弓矢其弓不虛掎謂母曰群蠅噆目不能睡母爲我作弓矢其母以蓽作弓矢與之自射紡車上蠅發矢卽中扶余謂善射曰朱蒙年至漸長大才能日漸備扶余王太子其心生妬忌乃言朱蒙者此必非常士若不早自圖其患誠未已年至長大才能竝備金蛙有子七人常共朱蒙遊獵王子及從者四十餘人唯獲一鹿朱蒙射鹿至多王子妬之乃執朱蒙縛樹奪鹿而去朱蒙拔樹而去太子帶素言於王曰朱蒙者神勇之士瞻視非常若不早圖必有後患王令往牧馬欲以試厥志自思天之孫廝牧良可恥捫心常竊導吾生不如死意將往南土立國立城市爲緣慈母在離別誠未易王使朱蒙牧馬欲試其意朱蒙內自懷恨謂母曰我是天帝之孫爲人牧馬生不如死欲往南土造國家母在不敢自專其母云云其母聞此言潸然抆淸淚汝幸勿爲念我亦常痛痞士之涉長途須必憑騄駬相將往馬閑卽以長鞭捶群馬皆突走一馬騂色斐跳過二丈欄始覺是駿驥通典云朱蒙所乘皆果下也潛以針刺舌酸痛不受飼不日形甚癯却與駑駘似爾後王巡觀予馬此卽是得之始抽針日夜屢加餧其母曰此吾之所以日夜腐心也吾聞士之涉長途者須憑駿足吾能擇馬矣遂往馬牧卽以長鞭亂捶群馬皆驚走一騂馬跳過二丈之欄朱蒙知馬駿逸潛以針捶馬舌根其馬舌痛不食水草甚瘦悴王巡行馬牧見群馬悉肥大喜仍以瘦錫朱蒙朱蒙得之拔其針加餧云暗結三賢友其人共多智烏伊摩離陜父等三人南行至淹滯一名蓋斯水在今鴨綠東北欲渡無舟艤欲渡無舟恐追兵奄及迺以策指天慨然嘆曰我天帝之孫河伯之甥今避難至此皇天后土憐我孤子速致舟橋言訖以弓打水魚鼈浮出成橋朱蒙乃得渡良久追兵至秉策指彼蒼慨然發長喟天孫河伯甥避難至於此哀哀孤子心天地其忍棄操弓打河水魚鼈騈首尾屹然成橋梯始乃得渡矣俄爾追兵至上橋橋旋圮追兵至河魚鼈橋卽滅已上橋者皆沒死雙鳩含麥飛來作神母使朱蒙臨別不忍暌違其母曰汝勿以一母爲念乃裹五穀種以送之朱蒙自切生別之心忘其麥子朱蒙息大樹之下有雙鳩來集朱蒙曰應是神母使送麥子乃引弓射之一矢俱擧開喉得麥子以水噴鳩更蘇而飛去云云形勝開王都山川鬱㠑巋自坐茀蕝上略定君臣位王自坐茀蕝之上略定君臣之位咄哉沸流王何奈不自揆苦矜仙人後未識帝孫貴徒欲爲附庸出語不愼葸未中畫鹿臍驚我倒玉指沸流王松讓出獵見王容貌非常引而與坐曰僻在海隅未曾得見君子今日邂逅何其幸乎君是何人從何而至王曰寡人天帝之孫西國之王也敢問君王繼誰之後讓曰予是仙人之後累世爲王今地方至小不可分爲兩王君造國日淺爲我附庸可乎王曰寡人繼天之後今主非神之胄强號爲王若不歸我天必殛之松讓以王累稱天孫內自懷疑欲試其才乃曰願與王射矣以畫鹿置百步內射之其矢不入鹿臍猶如倒手王使人以玉指環懸於百步之外射之破如瓦解松讓大驚云云來觀鼓角變不敢稱我器王曰以國業新造未有鼓角威儀沸流使者往來我不能以王禮迎送所以輕我也從臣扶芬奴進曰臣爲大王取沸流鼓角王曰他國藏物汝何取乎對曰此天之與物何爲不取乎夫大王困於扶余誰謂大王能至於此今大王奮身於萬死之危揚名於遼左此天帝命而爲之何事不成於是扶芬奴等三人往沸流取鼓而來沸流王遣使告曰云云王恐來觀鼓角色暗如故松讓不敢爭而去來觀屋柱故咋舌還自愧松讓欲以立都先後爲附庸王造宮室以朽木爲柱故如千歲松讓來見竟不敢爭立都先後東明西狩時偶獲雪色麂大鹿曰麂 倒懸蟹原上敢自呪而謂天不雨沸流漂沒其都鄙我固不汝放汝可助我懫鹿鳴聲甚哀上徹天之耳霖雨注七日霈若傾淮泗松讓甚憂懼沿流謾橫葦士民競來攀流汗相眙東明卽以鞭畫水水停沸松讓擧國降是後莫予訾西狩獲白鹿倒懸於蟹原呪曰天若不雨而漂沒沸流王都者我固不汝放矣欲免斯難汝能訴天其鹿哀鳴聲徹于天霖雨七日漂沒松讓都王以葦索橫流乘鴨馬百姓皆執其索朱蒙以鞭畫水水卽減六月松讓擧國來降云云玄雲羃鶻嶺不見山邐迤有人數千許斵木聲髣髴王曰天爲我築城於其趾忽然雲霧散宮闕高㠥嵬七月玄雲起鶻嶺人不見其山唯聞數千人聲以起土功王曰天爲我築城七日雲霧自散城郭宮臺自然成王拜皇天就居在位十九年升天不下莅秋九月王升天不下時年四十太子以所遺玉鞭葬於龍山云云俶儻有奇節元子曰類利得劒繼父位塞盆止人詈類利少有奇節云云少以彈雀爲業見一婦戴水盆彈破之其女怒而詈曰無父之兒彈破我盆類利大慙以泥丸彈之塞盆孔如故歸家問母曰我父是誰母以類利年少戱之曰汝無定父類利泣曰人無定父將何面目見人乎遂欲自刎母大驚止之曰前言戱耳汝父是天帝孫河伯甥怨爲扶餘之臣逃往南土始造國家汝往見之乎對曰父爲人君子爲人臣吾雖不才豈不愧乎母曰汝父去時有遺言吾有藏物七嶺七谷石上之松能得此者乃我之子也類利自往山谷搜求不得疲倦而還類利聞堂柱有悲聲其柱乃石上之松木體有七稜類利自解之曰七嶺七谷者七稜也石上松者柱也起而就視之柱上有孔得毀劒一片大喜前漢鴻嘉四年夏四月奔高句麗以劒一片奉之於王王出所有毀劒一片合之血出連爲一劍王謂類利曰汝實我子有何神聖乎類利應聲擧身聳空乘牖中日示其神聖之異王大悅立爲太子我性本質木性不喜奇詭初看東明事疑幻又疑鬼徐徐漸相涉變化難擬議況是直筆文一字無虛字神哉又神哉萬世之所韙因思草創君非聖卽何以劉媼息大澤遇神於夢寐雷電塞晦暝蛟龍盤怪傀因之卽有娠乃生聖劉季是惟赤帝子其興多殊祚世祖始生時滿室光炳煒自應赤伏符掃除黃巾僞自古帝王興徵瑞紛蔚蔚未嗣多怠荒共絶先王祀乃知守成君集蓼戒小毖守位以寬仁化民由禮義永永傳子孫御國多年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