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6년 유동성 잔치는 끝… 1400조 가계빚 '이자 폭탄' 째깍째깍

상 상 2017. 12. 1. 19:48

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7.12.01 03:00

 

[기준금리 인상] 한은 기준금리 0.25%p 인상

 

'3% 성장' 경기회복 자신감에 '韓美 금리역전 우려' 선제대응

반도체 빼면 경기불안 여전하고 '너무 쌓인 가계빚' 이자 부담에 원화 강세 부작용도 만만찮아

금통위 "인상 반대" 소수의견도추가 인상은 속도 조절할 듯

 

 

한국은행이 30일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통화 긴축 대열에 합류했다. 올해 기준금리를 인상한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 미국·영국·캐나다·멕시코에 이어 한국이 다섯 번째다.

 

하지만 금리 인상으로 인한 가계 부채 부담 증가, 원화 강세 등 예상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과거 금리 인상기와 달리 이번에는 추가 금리 인상이 더딘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내년에도 3% 성장" 경기 회복 자신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한 배경을 세 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의 견조한 회복세다. 지난 3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1.4% 깜짝 성장하면서 올해 정부 목표치인 3% 성장 달성이 무난할 전망이다. 세계 교역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어 내년 경제 전망도 나쁘지 않다. OECD는 최근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올해 3.2%, 내년 3%로 기존 전망치보다 각각 0.6%, 0.2%포인트 올려잡았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점도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른 이유다.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차기 의장 지명자가 "12월 금리 인상의 여건이 뒷받침되고 있다"고 말해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1.00~1.25%, 한국이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하고 미국이 12월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된다. 이 경우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글로벌 투자자금이 고()금리를 좇아 미국으로 이동하는 자금 유출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 부채 급증에 대한 위기감도 작용했다.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과 10·24 가계 부채 대책 등 잇따른 대책을 내놨는데도 가계 부채 증가세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3분기 말 현재 가계 부채는 1419조원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때문에 "저금리가 부동산 과열을 불렀다"는 자성론이 금통위 내부에서도 적지 않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초저금리)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금융 불균형이 누적될 우려가 있다""저성장·저물가에 대응했던 기존 통화정책을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가계 이자 부담 23000억원 늘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앞으로 대출이 더 늘어나는 것은 억제할 수 있지만 기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늘어 금융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게 한은이 안고 있는 딜레마다. 기준금리 인상분(0.25%포인트)이 그대로 대출금리에 반영될 경우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이자 부담은 23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한은은 추산하고 있다. 가구당 평균 이자 부담이 한 해 181750원씩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이미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가계에는 금리 인상이 직격탄이다. 소득의 40% 이상을 빚 갚는 데 쓰거나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가구를 의미하는 '위험가구'가 지난해 말 현재 126만 가구, 총부채액은 186조원에 이른다.

 

한국과 미국 기준 금리 추이 그래프 금리 인상으로 원화 가치가 더욱 절상돼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환율은 금리의 영향만 받는 것은 아니며, 이번 금리 인상은 이미 환율에 반영됐다""우리 산업구조를 감안할 때 원화 강세가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또한 과거보다 축소됐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반대" 소수설 나와

 

과거에는 일단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후속 금리 인상도 빠르게 이어졌다. 마지막 금리 인상기였던 2010~2011년에는 1년 사이에 네 차례 기준금리가 인상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선 내수와 고용이 크게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반도체와 화학 등 특정 업종만 활기를 띠는 등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불안정하다. 특히 한은의 가장 기본적인 정책 목표인 물가가 목표치(2%)를 밑도는 상황이어서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명분도 약하다. 이 때문에 금통위는 결정문에서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저금리)를 유지해 나갈 것이며,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통위원 7명 중 금리 인상에 반대하며 동결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조동철 위원)도 나왔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낮은 물가 상승 흐름과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 여건을 감안하면 향후 금리 인상 속도는 매우 느릴 것"이라며 내년 3분기에나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