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매일경제, 입력 : 2017.03.12 18:18:27 수정 : 2017.03.13 10:11:33
"다음 정권서 결정해야" 국회 동의 필요하다는 민주 주장에 지지보내
◆ 문재인 외교안보관 검증 / 사드도 모호한 입장 ◆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후 국민통합 행보에 박차를 가하려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주 실시한 미국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가 "대한민국은 미국에 대해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South Korea should learn to say 'No' to the Americans)"고 발언했다고 보도되면서 '안보관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가 최근 직면한 안보관 논란의 쟁점은 크게 △미국이냐 중국이냐 △사드 배치 찬성이냐 반대냐로 압축된다. 일단 보수층에선 문 전 대표가 "미국에는 할 말은 하자고 하는데, 중국과 북한에는 유독 유약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 NYT 보도 직후 바른정당에선 "지금은 북한과 중국에 '노'라고 해야 할 때"라며 문 전 대표를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미국에는 강경하지만 북한과 중국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하지만 문 전 대표 측은 보수 진영의 이 같은 공세는 팩트를 왜곡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문 전 대표의 안보관 논란에 다시 불을 댕긴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높아진 진보 진영의 재집권 가능성(Ouster of South Korean President Could Return Liberals to Power)'이라는 제목의 NYT 기사를 살펴보면 문 전 대표는 한미동맹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반복해서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의 근간이자 우리 안보의 토대"라면서 "한국 사람들에게 미국은 참으로 고마운 존재"라고 했다.
또 자신이 몸담았던 참여정부가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파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결정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자신을 반미좌파로 보고 있는 미국 공화당 지도층을 향해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문 전 대표가 사드 배치 결정 후 우리에 대해 경제 보복에 나서고 있는 중국에 대해선 확고한 비판인식이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얘기가 많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12일 매일경제신문과 통화하면서 "미국에 '노' 할 수도 있다는 발언은 한국 대통령이라면 할 수 있는 주장"이라면서 "다만 그 똑같은 말을 북한과 중국에도 할 수 있는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사드와 관련해 중국과는 어떤 외교 관계를 가져갈 것인지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무릎을 꿇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중국에 할 소리는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사드 보복에 '노'를 하지 않으면서 미국에 '노'를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사드 배치를 두고서도 문 전 대표는 찬반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 다시 한번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배치 여부를 확정짓고, 미국과 중국에 대한 설득작업도 제대로 해낼 복안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수 유권자들은 물론이고 중도 유권자들 중 상당수도 문 전 대표를 '사드 반대론자'로 보는 게 현실이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선거 때 강경한 발언은 집권 후 현실에 맞춰 수정해 보완해야 하는 것이 정책의 현실"이라면서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사드 배치를 180도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집권을 한다면 정치를 넘어 현실주의에 천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론 문 전 대표의 안보관에 대한 공세가 지나치다는 견해도 상당하다. 김지윤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문 전 대표의 NYT 기사를 읽었다. 딱 한 문장만 짚어서 논란이 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면서 "문 전 대표의 발언은 합리적이었고 못 할 말이 아니었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문 전 대표 측은 "대한민국은 미국에 대해 '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NYT 기사 내용에 대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이번 인터뷰는 해외에 자신이 반미좌파 정치인으로 알려진 점을 바로잡고 싶다는 문 전 대표 측 요청으로 성사됐다고 한다. 하지만 문 전 대표와의 단독인터뷰 형식은 어렵다고 판단한 NYT에선 문 전 대표와 직접 만나 진행한 인터뷰와 그의 저서 2권(운명, 대한민국이 묻는다), 과거 외신기자단과의 인터뷰 등에서 나온 문 전 대표의 발언을 종합해 '한국의 유력 대권후보 문재인'을 소개하는 형식의 기사로 게재했다.
이번 보도에 나온 문제의 발언은 지난 1월 발간된 문 전 대표의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 실린 "대한민국 외교관이 너무 친미적이어서 미국을 거부할 줄 모른다"는 내용을 영문화한 것이다. 즉 책 내용을 외신이 영문화하고, 그 기사를 국내 언론이 다시 한국어로 번역해 보도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외교관이 너무 친미적이어서 미국을 거부할 줄 모른다"는 책 내용이 "대한민국은 미국에 대해 '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터뷰 발언으로 변신한 것이다.
다만 문 전 대표가 이번 인터뷰에선 관련 발언을 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책을 통해 이 같은 견해를 밝힌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즉 문 전 대표 입장에선 NYT와의 인터뷰로 보수 진영에 빌미가 될 수 있는 저서의 내용이 부각된 셈이어서 향후 대선 레이스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오수현 기자 / 박태인 기자] |
'나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한반도 일촉즉발…`플래시포인트` 위기 (0) | 2017.03.22 |
|---|---|
| 한·미 FTA 5주년, 반대 선동자들은 다 어디로 갔나 (0) | 2017.03.14 |
| 헌재, 재판관 전원일치 박근혜 대통령 파면 선고 (0) | 2017.03.10 |
| 국민 쪼개는 정치, 경쟁 막는 경제…韓 `악순환의 덫` (0) | 2017.02.27 |
| 언제까지 변방의 작은 나라로 있을 것인가 (0) | 2017.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