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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2.08.22 23:01
박두복 국립외교원 명예교수
8월 24일로 한중 수교 20년을 맞는다. 한중 양국은 상호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기초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해 왔으며, 초기의 단순한 우호협력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양자관계를 넘어 다자관계와 지역적·세계적 이슈에서 협력을 모색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하였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며 제2의 투자 대상국으로 등장함으로써 비중이 폭발적으로 증대되어 왔다.
이러한 양적·질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의 미래는 밝지만은 않다. 한국은 미국의 신(新)아시아 복귀 전략에 적극 편입되고 배타성을 함축하는 미국과의 가치동맹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지정학적 이해에 더욱 집착하고 있다. 이러한 양국의 정책적 흐름은 상호 간에 심각한 정치적 불신을 낳고 있다. 경제 관계도 상호의존의 비대칭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중국의 대한(對韓) 수출의존도는 6.3%인 데 비해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의존도는 24%를 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에 의하면 중국의 GDP가 1% 하강하는 경우 한국 GDP는 0.2% 하강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앞으로 20년은 우리에게 통일이 보다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올 것이며, 경제적으로 강대해진 중국은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강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그들의 한반도 정책은 통일을 촉진시킬 수도, 지연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이 방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북한을 중국 동북경제구와 일체화시켜 간다면 북한의 산업 배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북한의 산업 배치가 기존의 남북축에서 동서축으로 전환된다면 남북한 경제 통합에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남한 경제로의 흡수통합에 위기의식을 갖는 북한은 중국의 이런 정책에 호응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한반도 통일에 촉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이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외교안보적 환경을 구축해 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미국의 아시아 복귀와 동맹체제 강화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순기능을 어렵게 할 것이다. 앞으로 거대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리의 의존도가 더욱 비대칭적으로 심화되어 가면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결정적 역할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미래 20년 동안 한중 관계는 단순한 '발전'의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생존'의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지금까지 한미동맹을 생존의 문제로 규정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는 발전의 문제로 치부해 왔다면, 앞으로 20년 동안 한중 관계는 생존의 문제로 규정하는 발상의 전환이 요망된다. 특히 미중 간의 국력 격차가 좁혀질수록 한국의 전략적 위상이 유리해질 것이지만, 어느 일국(一國)에 일방적으로 기대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행동반경을 제약하게 될 것이다.
그간 한국은 중국의 부상과 더불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책임 있는 강대국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천안함·연평도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중국의 부상에 대한 우려와 부정적 인식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한중 관계 발전에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중국 역시 한국 사회에 일고 있는 중국 부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완화하는 데 고민과 노력을 해가야 할 것이며, 한반도의 지정학적 이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책임 있는 대국의 역할을 해가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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