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4차 산업혁명 속도조절 못하면 큰문제"
장클로드 트리셰 前 유럽중앙은행 총재 "거세지는 4차 산업혁명 속도조절 못하면 큰문제" 출처: 매일경제, 입력 : 2016.11.29 17:27:10 수정 : 2016.11.29 18:24:55
직업 교육 강화해 사회변화 대비해야…미국 TPP 탈퇴는 글로벌경제 먹구름 트럼프 경제공약 수정될 것으로 기대
■ 대담 = 위정환 지식부장
장클로드 트리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74)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오는 12월 금리를 한 차례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이 그동안 시장이 금리 인상에 준비하도록 시그널을 보내왔다"며 "연준의 금리 인상은 시장에서도 환영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리셰 전 총재는 지난 22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정책콘퍼런스(WPC) 회의장에서 위정환 매일경제신문 지식부장과 대담을 하고 세계 경제 전반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여러 분야에서 생각과 관점을 바꿀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보호무역주의는 인류에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며 미국이 보호주의로 회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과학과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속도를 조절하지 않으면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속도를 조절하고 새로운 직업을 위해 직업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금리 정책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연준이 다음달 정책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나.
▷트럼프가 당선되기 전부터 미국의 시장은 금리 인상을 준비해왔다. 트럼프의 당선과 미국 연준의 의사 결정 간에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나는 연준이 미래에 발생할 일들을 예측해 가장 좋은 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현재로서는 다음달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옐런 연준 의장은 그동안 발언을 통해 시장이 금리 인상에 준비하도록 해왔다. 다음달까지 금융시장 상황이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은 시장에서 환영받을 것이다.
―그럼 ECB의 움직임은 어떤가. 그동안 추구해온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나.
▷ECB의 양적완화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그들이 양적완화를 지속하면서 테이퍼링(Tapering·양적완화 규모 축소)에 대한 힌트를 주느냐다. 나는 당장 테이퍼링을 실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눈여겨볼 점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를 어떻게 할 것인지 하는 점이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의 당선이 미칠 영향은.
▷트럼프의 당선과 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브렉시트)은 닮은 점이 있다. 선진국에서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의 발전과 세계화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특히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의 부상으로 선진국이 타격을 입은 게 주원인이다. 트럼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약속했다. 글로벌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좋지 않은 일이다. TPP는 긍정적 효과가 많다. 나는 미국이 인류에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 보호주의로 회귀하지 않기를 바란다. 보호주의는 개별 국가는 물론 세계의 성장에 해가 되는 조치다.
―세계적으로 보호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인데 문제는 없는가.
▷유럽에서도 TPP를 반대하는 기류가 강하다. 독일도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반대했고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있다. 하지만 나는 자유무역이 양측에 모두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지금 당면한 문제는 각국의 생산물이 보다 쉽게 수출되고 수입될 수 있도록 규칙과 제도 간 조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양국 간에 만족할 만한 규칙을 만드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트럼프가 선거 중에 튀는 발언을 많이 했다. 그의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까.
▷트럼프가 여러 분야에서 그의 생각과 관점을 바꿀 것으로 기대한다. 보호주의 등 그가 종전에 보여줬던 입장은 미국은 물론 세계 전체적으로도 적절한 것이 못된다. 새로운 미국 행정부가 미국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면 그것은 또한 세계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해본다면 모든 일이 잘될 것으로 본다.
―영국이 EU로부터 탈퇴하는 브렉시트가 국민투표에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영국이 홀로 서기를 할 것으로 보는가.
▷민주주의 절차를 거쳐 브렉시트를 단행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실행할 것으로 본다. 다만 이탈하는 절차가 급속히 진행될 것인가, 아니면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인가가 문제다. 이는 영국 정부에 달려 있다. 영국 정부는 일단 단일 시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다소 과격한 첫걸음을 뗐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가장 좋은 결정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영국이 어떻게 나올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 간에 통상을 두고 신경전이 뜨겁다. 양국 간 통화전쟁 가능성도 점쳐지는데.
▷미국과 중국 간 경제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미묘하다. 환율과 관련해 일단 생각해볼 문제는 위안화가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돼 있는 국제통화라는 점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경쟁은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는 것이다. 이런 경쟁은 결국은 서로 피해를 입히는 네거티브섬 게임이 될 것이다. 만약 경제 버블이 생기거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모든 나라들이 통화 가치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선진국들은 통화 문제와 관련해 함께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미국과 중국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이다.
―유럽 금융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문제는 없는가.
▷미국과 유럽은 서로 다른 금융 시스템을 갖고 있다. 미국은 전체 자금의 20% 정도만이 은행을 통해 유통되는 반면 유럽은 이 비율이 65%에 달한다. 이 때문에 유럽의 은행은 미국보다 부담이 크다. 유럽 은행들은 자금을 시중에 공급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반면 미국은 수익률에 따라 자금 공급처를 선택할 수 있다. 당연히 미국 은행들이 유럽보다 이익률이 높고 건전성 측면에서도 우세하다. 유럽에서도 주식시장을 발전시켜야 한다. 유럽에서도 이익률에 따라 은행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도이치뱅크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이 경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금융위기가 올 것으로 보나.
▷금융위기 이후 시스템 위기를 막기 위한 많은 조치들이 있었다. 한국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회의 등이 한 예다. 생산과 국내총생산(GDP) 등 각종 경제 데이터를 볼 때 점진적으로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2008년이나 2009년 같은 위기가 또 발생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또 일부에서 얘기하듯 지금 세계 각국이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재정 투입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 재정은 또 다른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건전하게 유지해야 한다.
―개발도상국들이 선진국에서의 보호주의 확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보호주의는 선진국의 포퓰리즘과 국수주의 확산에 따른 것이다.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보호주의가 해가 된다는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또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역내 무역이 선진국과의 무역보다 훨씬 더 중요해지고 있다. 선진국들도 이런 점을 인식해야 한다.
―내년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은.
▷많다.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에 큰 위험이 있다. 이는 세계 경제가 불안정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부문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유가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재정적자가 커진 나라도 많다. 특히 신흥국이 문제다.
―가장 큰 위협 요인은 무엇인가.
▷단기적인 위험보다 중장기적인 문제가 심각하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높은 성장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우리가 이행기를 잘 조절하지 않으면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야 하고 직업훈련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 갈수록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결합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앞으로 인류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기술 발전은 미래를 환상적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행기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최근 제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4차 산업혁명이 미칠 영향은.
▷4차 산업혁명은 신흥국들에 유리하다. 그들은 정보기술(IT)과 디지털 혁명을 통해 선진국으로 바로 도약할 수 있다. 그들은 IT 혁명을 통해 거의 한 세기 동안 이뤄졌던 기술을 뛰어넘었다. 우리는 과거에 이런 혁명적인 변화를 본 적이 없다. 인류 전체적으로도 매우 환상적인 기회가 올 것이다. 한국도 짧은 시간에 번영의 가능성을 보여준 살아 있는 사례 아닌가.
■ He is…
장클로드 트리셰(74)는 3대 중앙은행 중 하나인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8년 동안 지냈다.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를 거쳐 2003년 11월 ECB 총재에 올랐다.
프랑스 남부 리옹에서 태어났으며 프랑스 엘리트 사관학교인 고등행정학교에서 수학했다. 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적절히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파이낸셜타임스(FT)로부터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의 국가부채 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시절 이 문제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퇴임했다. 그는 유로존 통합의 강도가 더 강해져야 한다는 소신을 펴왔다.
[정리 : 도하 = 노영우 기자 / 서울 = 최지혜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