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수백만배 빠른 양자컴퓨터, 질병 극복도 앞당겨"

상 상 2017. 10. 31. 19:56

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7.10.31 03:03

 

[2012년 노벨물리학상 세르주 아로슈 교수 방한]

 

'서울 노벨상 수상자와 대화' 참석'양자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려

"일반 컴퓨터 1000년 걸리는 계산 몇 분이면 끝내는 획기적 속도"

 

"수퍼컴퓨터보다 수십만~수백만 배 빠른 속도의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신약 개발처럼 고령화 시대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양자 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계적 석학 세르주 아로슈(73)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는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양자 컴퓨터를 이용하면 성능 개선 한계에 부딪힌 컴퓨터를 획기적인 차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수십만 종류의 화학물질을 분석해야 하는 신약 개발이나 신소재, 인공 장기 연구 등 고령화 사회에 필요한 기술 개발을 크게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아로슈 교수는 2012년 데이비드 와인랜드(미국)와 함께 양자 컴퓨터의 가능성을 제시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아로슈 교수는 '미래 고령 사회'를 주제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스웨덴 노벨미디어가 공동 주최한 '서울 노벨상 수상자들과의 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양자 컴퓨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에서 나타나는 양자물리학을 이용한다. 고전물리학에서는 물질이 하나의 상태에 있지만, 양자물리학에서는 입자이면서도 파동인 것처럼 두 상태가 중첩될 수도 있다고 본다. 아로슈 교수는 빛을 이루는 광자(光子)에서 그와 같은 중첩 현상을 관측했다. 현재의 컴퓨터는 전자의 유무(有無)에 따라 01의 비트로 정보를 표현하고 계산하지만, 양자 컴퓨터에서는 01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그만큼 계산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진다.

 

아로슈 교수는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될 경우 일반 컴퓨터로 1000년이 걸리는 계산을 불과 몇 분이면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구글·IBM·인텔·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IT(정보 기술) 기업들이 양자 컴퓨터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로슈 교수는 "과학은 남들이 다 하는 뻔한 연구가 아니라 자신만의 독창적인 연구에 집중할 때 획기적인 성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아로슈 교수는 스승, 스승의 스승까지 '3()'가 노벨상을 수상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도교수인 클로드 코엔타누지는 1997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고, 코엔타누지의 스승인 알프레드 카스틀레르도 1966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다. 아로슈 교수는 "나의 스승, 스승의 스승이 같은 연구실에서 쌓아올린 성과들이 노벨상 수상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 노벨상 수상자들과의 대화'는 매년 12월 스웨덴에서 열리는 '노벨 시상식 주간 대화'의 해외 사전 행사로 열렸다. 노벨 시상식 주간 대화는 역대 수상자를 초청해 일반인들과 함께 과학을 주제로 토론하는 행사다. 사전 행사가 서울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행사에는 아로슈 교수를 비롯해 로베르트 후버(1988년 노벨 화학상), 핀 쉬들란(2004년 노벨경제학상), 리처드 로버츠(1993년 노벨생리의학상), 아다 요나트(2009년 노벨화학상) 5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참가했다.

 

최인준 기자